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험관리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산업 활성화에 치중하고 감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는 금융감독원을 개혁해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금융감독원은 위험관리 역할을 다하기 위해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 원장의 '브레이크' 발언은 이날 처음 나온 단어가 아니다. 그는 학자 시절부터 금융산업 활성화 정책을 엑셀로, 금융감독 기능을 브레이크에 비유했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모두 가지고 있는 금융위원회를 해체해 엑셀 기능은 기획재정부에, 브레이크 기능은 금융감독원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활동에는 낙제점을 줬다. 윤 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원이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해 금융시장에 혼선을 초래한 점이 있었다"며 "국가 위험 관리자 역할을 일관되게 수행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가계부채 증가와 저축은행 사태 등이 예견됐는데도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개혁 과제로는 기관 독립성 유지를 지목했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임직원 여러분이 금융감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헌 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상견례를 갖는다. 금융개혁과 감독기능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윤 원장이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일 때 호흡을 맞췄다. 윤 원장이 혁신위 활동을 마무리하며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하자 최 위원장은 곧바로 "금융권에 먼저 적용할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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