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망자의 92%가 사망 전 언어·행동 같은 변화로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보건복지부는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실시한 자살사망자 289명(2015~2017년) 심리부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유가족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과 변화를 확인해 구체적인 자살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방법이다.

자살사망자 92%는 사망 전 "죽고 싶다" 등의 말을 자주 했다. 주변정리를 하거나 우울·불안 증세를 보이면서 자살징후를 드러냈다. 반면 자살 유가족의 21.4%만 고인 사망 전 경고신호를 알아챘다. 고인 사망 전 자살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들도 자살의사를 확인하거나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등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연령대별로 달랐다. 청년기(19~34세)에는 연애(27.5%)와 학업(13.8%) 스트레스 또는 성인기 이전 부정(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비중(51.3%)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중년기(35~49세)에는 직업(59.4%) 또는 경제적 문제(69.8%) 스트레스가 많았다. 장년기(50~64세)에는 직장 스트레스(59.7%), 특히 실업과 경제문제로 인한 스트레스(64.9%)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년기(65세 이상)에는 신체건강과 관련한 스트레스(80.6%)가 압도적이었다.

자살유가족도 자살사건 이후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 유가족의 88.4%가 사별한 후 일상생활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정서상 변화와 대인관계 변화가 두드러졌다. 유가족 80.1%는 우울감을 느꼈다. 이 중 27%(95명)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10명 중 6명은 고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 탓이다.

복지부는 심리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 프로그램을 보강할 계획이다.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는 가족이나 친구·이웃 등 주변인의 자살위험 신호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훈련받은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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