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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노동절
▲ 이은호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기다려 왔고 또 기대하고 있다. 오늘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이야기가 아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노동절에 나올 대통령의 메시지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대통령 기념사를 들으며 한마디 한마디에 울컥했다. 추모사를 한 유가족을 위로하며 안아 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세상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며칠 뒤 현충일 기념식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기념사가 흘러나왔다. “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 천장이 낮아 허리조차 펼 수 없었던 그곳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에도 감사드립니다. 재봉틀을 돌리며 눈이 침침해지고, 실밥을 뜯으며 손끝이 갈라진 그분들입니다. 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렸던 그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그 뒤로 새 정부의 첫 번째 노동절을 기다려 왔다. 유가족을 안아 주듯이, 공순이로 불린 이들에게 여성노동자들이라고 호명해 주듯이, 노동절을 맞이해 대통령이 이 땅 노동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 줄지 몹시 궁금했다.

물론 대통령 한마디로 고단한 노동자들 삶이 크게 나아지거나, 양극화 같은 불합리한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 믿을 만큼 나는 순진하지도 무구하지도 않다.

지난 기념사가 과거 이야기를 현재화한 것이라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노동 문제는 현재 문제를 풀어내 미래로 이끌고 나가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 노동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기성세대와 청년, 그리고 노동조합에 대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와 보수언론까지 구조적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예컨대 한국지엠 노사 간 체결된 잠정합의안에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는 데 있어 각자가 가지고 있는 평등과 공정, 정의는 다른 개념이다.

그럼에도, 아니 그러하기에 나는 대통령의 노동절 메시지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이제 이 땅에서 노동자의 희생은 끝내야 합니다. 노동자의 땀과 눈물을 먹고 자라는 경제성장 정책은 이제 폐기해야 합니다.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보다 더 큰 성장은 없습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한국노총 노동절 기념식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후보의 연설이다.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게 들은 이 말은 당시 나에게 큰 위로이자, 안도였다. ‘산업역군’ ‘근로자’ ‘월급쟁이’로 불리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는 아직도 따뜻한 한마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한마디. 권력자의 선하지만 강력한 ‘의지’가 담긴 그 말이 더디기만 한 사회적 대화를 견인하고, 개별화하고 파편화한 우리 공동체에 ‘이제는 함께 살자’는 화두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많은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될 한반도의 봄은 정부의 일관되고 꾸준한 대북 평화정책이 맺은 결실이다.

다가오는 노동절도 ‘노동’과 ‘노사관계’ 나아가 우리 공동체의 봄을 부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정부 기조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조화롭고 일관성 있게 진행되길 바란다. 그래, 그렇게 불어라 봄바람.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labornews@hanmail.net)

이은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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