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추진한 지 9개월이 넘었지만 현장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대로면 지난해 말 정규직 전환이 완료됐어야 하는 정규직화 1단계 대상자인데도 전환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전환이 보류된 비정규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정규직 전환 배제에, 재채용 탈락까지

지방자치단체 지역아동센터에 고용된 아동복지교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은 저소득층 아동을 중심으로 학습과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직접일자리사업이다. 지자체는 아동복지교사를 1년 단위로 채용해 지역아동센터에 배정한다. 급여는 국비와 지방비로 지급된다. 아동복지교사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3천633명이나 된다.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기간제라 정부 가이드라인에 의한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25일 보건복지부에 확인해 보니 아동복지교사 정규직 전환율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니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온다. 광주 북구의 경우 지난 4일 2차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아직 아동복지교사 80여명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북구 아동복지교사 박아무개씨는 “매년 11월이면 서류를 내고 면접을 봐야 한다”며 “길게는 10년째 일한 분도 있는데 매년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울산 남구 상황은 더 심각하다. 울산 남구는 지난해 12월26일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열고 아동복지교사 11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주 40시간 근무자 1명 자리를 2019년 초 정규직 자리로 전환하기로 했다. 경쟁채용 방식이어서 기존 노동자가 정규직이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주 40시간 미만 근무자인 10명은 계속 계약직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지난해 아동복지교사 11명 중 단 4명만이 올해 다시 채용됐다.

울산 북구는 첫 전환 심의위를 2월26일 열었다. 마치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는 것처럼 지난해 말 노동자들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하고, 정원을 11명에서 10명으로 줄였다.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전환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계약을 연장하도록 한 가이드라인을 어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7명만 올해 재채용됐다. 올해 2월이 돼서야 연 전환 심의위에서는 10명 중 전일제 1명 자리만 올해 7월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역시 경쟁채용 방식이다.

올해 재채용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차정화 공공연대노조 아동복지교사 울산지회장은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서 정규직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숨 쉬었다.

초단시간 핑계 대는 지자체

지자체는 정규직 전환을 미루는 이유로 아동복지교사의 근무시간 핑계를 댔다. 아동복지교사 주당 노동시간은 12시간·25시간·40시간으로 나뉜다. 문제는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며 “정규직 전환시 가급적 주 15시간 이상으로 해서 사회보험 적용 등을 통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바꿔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초단시간 채용을 줄이라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 12시간 근무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 뒤엔 근무시간 연장까지 요구할 것 아니냐”며 “이후 재정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울산 북구와 남구가 주 40시간 근무자 자리만 정규직화하기로 정한 이유다. 광주 북구 관계자는 “정부가 주 12시간 공무직이라는 형태를 신설하라고 지침을 내린다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근무시간 연장 등으로 정규직화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을 지자체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다”며 “추가 비용은 정부가 일부 지원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들이 좋은 일자리가 나라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정부 정책의 취지를 공감하지 못하면서 핑계만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봉근 노조 법률국장은 “지역아동센터 사업은 앞으로도 지속될 사업”이라며 “고용안정을 목표로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주 12시간 형태든 주 25시간 형태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 복지부 입장”이라며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라고 자치단체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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