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부산지역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에 대한 외교부 대응을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양대 노총과 12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에 한국 외교부인지 일본외무성 한국지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2016년 8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일제 식민시대 강제노동 현장이었던 일본 단바망간 광산에 처음으로 세웠다. 지난해에는 서울 용산역·인천 부평공원·제주 제주항에 노동계와 지역단체, 시민들이 노동자상을 만들었다. 경남 창원과 부산에도 노동절을 맞는 다음달 1일 노동자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부산지역 노동자상은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가까이에 세워진다.

그러자 외교부는 “외교공관의 보호 관련 국제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큰 사안”이라는 공문을 관련 단체에 보냈다. 해당 공문이 지난해 2월 박근혜 정권 당시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촉구하며 외교부가 보낸 공문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참가 단체들의 지적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외교부는 일본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아픔과 국민 분노를 먼저 헤아리고 일본 정부에 주권국가다운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우리는 부산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운동을 지지하며 건립부지에 대한 선택권은 부산지역 시민들의 몫임을 거듭 밝히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며 “외교부는 일본 정부의 눈치 보기를 중단하고 당당한 주권국가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 공관 인근 조형물 설치는 외교 공관의 보호와 관련한 국제 예양과 관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관련 부서와 긴밀히 협의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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