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노동자들이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해서 활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나는 이런 취지로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전날인 17일 삼성전자서비스에서 협력사 직원 8천명을 직접고용하기로 노조와 합의하면서 앞으로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무노조 경영의 삼성이 유노조 경영을 밝힌 것이니 언론사마다 기사를 쏟아 내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최근 압수수색 등을 통한 검찰의 삼성 ‘노조와해’ 문건 수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등을 감안해서 삼성이 이같이 노조활동 보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냐고 언론은 추측했지만,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을 비롯해서 많은 이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거둔 성과임이 분명하다. 노동자에게 단결권, 노조할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 나라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인정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삼성에서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것이 특별한 소식이 되고 있다. 사용자가 자신의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것이 특별한 일이 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인터뷰까지 했다.

2. 노동자들 투쟁과 검찰 수사 압박이 이끌어 낸 삼성의 이번 노조활동 보장 약속은 문재인 정권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여기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아니 많은 사람이 이렇게 여기고 있을 것이다. 촛불혁명을 계승한 문재인 시대라서 삼성 노동자들도 노조할 자유를 누리게 됐다고 세상이 달라졌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삼성 ‘노조와해’ 문건 수사에 관한 검찰의 수사는 과거와는 달랐다. 삼성이 충분히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당연한 권력의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라서 삼성 노동자에게 노조할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에서 누가 대통령이어도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대한민국헌법과 노동자의 노조설립과 그 활동에 관해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삼성에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해서 교섭과 쟁의를 할 수 있었다. 특별히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할 수 있었다. 우리 노조법은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하는 것에 지배·개입하는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등으로 규제까지 하고 있다. 단지 삼성에 대한 적극적인 법 집행 의지가 과거와 달랐다. 법적으로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 집행하는 권력의 의지가 달랐던 것이고, 그것이 무노조 경영의 삼성을 굴복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무노조 경영은 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그걸 포기시키고 유노조 경영을 밝히게 했다고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법은 정한 대로 엄격히, 사용자를 가리지 말고 집행해야 하고 그것이 법 집행하는 권력의 일이기 때문이다.

3. 노동자의 자유, 나는 이걸 보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느냐로 권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노동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가로 문재인 정권을 말해야 한다. 촛불대선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과연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했던가. 위 삼성전자서비스의 일을 보면 법 집행 의지는 확인된다. 하지만 그건 기존 법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자 노조활동에 관한 것이고, 삼성 한 사업장에 관한 것이다.

노동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일로 보자면, 헌법 개정이야말로 다른 어떠한 것보다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26일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노동자의 자유에 관한 개정안도 포함이 됐다. 헌법 개정안에서는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뿐만 아니라 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라며(대한민국헌법 개정안 발의안, 13면), 현행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규정(33조1항)을 “노동조건의 개선과 그 권익의 보호를 위하여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개정하고 있다(안 34조2항). 그리고 현행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규정(33조2항)을 “현역 군인 등 법률로 정하는 공무원의 단결권·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개정하고(안 34조3항), 주요방위산업체 종사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제한, 금지는 “필요한 경우”에 하는 것으로 추가하고 있다(안 34조4항).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 발의의 헌법 개정안은 첫째,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 3권을 인정하면서 현역 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도록” 하려는 개정의 취지(대한민국헌법 개정안 발의안, 13면)를 제대로 담아 낸 것인지도 의문이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등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제한·금지하는 현행 법률을 전면 폐기하고서야 가능할 텐데, 나는 현행 법률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몇몇 조문을 개정하는 것으로 전개될 것이 염려된다. 현역 군인 등 극히 일부의 공무원만 노동기본권을 제한·금지하고자 한다면, 현역 군인 등 그 공무원에 관해 헌법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했어야 했다. 둘째로 헌법 개정안에서 주요방위산업체 종사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의 제한·금지에서 “필요한 경우”를 추가한다는 것으로 얼마나 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어차피 현행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법률로 제한·금지하는 경우에도 필요한 경우에 하는 것이라는 걸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에 관해서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노동조건의 개선과 그 권익의 보호”를 위해서 단체행동권을 가지는 것으로 개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 보다 확대 보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현행 헌법의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서라는 단체행동권의 목적 내지 대상에 관해서는 사업장 노동자의 근로계약상 근로조건 향상에 한하지 않고 그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다수의 견해여서 노동법 개정 등 경제적 파업도 헌법상 단체행동권으로 보장된다고 이해해 왔다. 더구나 “그 권익의 보호”이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까지 포함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권리분쟁 사항을 포함한다고 보는 정도일 수 있다. 그러니 헌법 개정안이 특별히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4. 문제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제한·금지하고 있는 법률이다. 주체·목적·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 노조법에서 쟁의행위에 관한 조문들은 온통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제한·금지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고 규정하지만, 노조법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한·금지한다고 규정해서 우리 노동자는 헌법이 보장한다는 노동기본권을 자신의 기본권으로 적법하게 행사하기가 어렵다. 이 나라의 법률은 노동자에게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단체행동권 행사를 두고서 헌법이 기본권으로 노동자에게 보장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다. 사업장에서 파업 등 쟁의행위는 이렇게 노조법상 규제를 통과해서만 예외적으로 적법하다며 노동자는 책임을 면한다. 이 나라 노동자는 이렇게 단결금지법리 아래에 있다. 원칙적으로 보장되고, 예외적으로 제한되는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단결금지법리의 폐지를 말할 수 있고, 그 폐지를 전제하고서야 단체행동권이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보장됐다고 선언할 수가 있는데 이 나라는 아니다. 대한민국헌법은 근로의 권리(32조)와 함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을 사회권적 기본권 부분에 조문 편제하고(33조), 이를 해석·집행하는 헌법재판소·법원은 사회권 내지 사회권적 성격을 가진 자유권 내지 자유권과 사회권이 혼합된 기본권 운운하면서 국가가 구체적인 법률로 보장해 줘야 하는 기본권으로, 그래서 원칙적으로 그 법률로 그 행사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서 제한·금지해도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서 온전한 노동자의 자유로 인정해 오지 않고 있다. 이런 이 나라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 개정은 단체행동권 등을 노동자의 자유로 명확히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규정을 ‘자유’로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노동자는 단결·단체교섭 및 단체행동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면 된다. 그리고 이 규정을 근로의 권리 다음 조문에 둘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권인 결사의 자유 부분에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야 자유권으로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의 하나로 노동자의 기본권임에 의문을 갖지 않을 것이다. 노동기본권을 확대 보장하고자 한다면 그 취지를 분명히 반영한 헌법 개정이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헌법 개정에 관한 논의들이 있었다. 그 논의는 현 헌법 33조의 노동기본권 규정에서 “근로조건의 향상”을 경제적·직업적 이익 내지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으로 단체행동권 등을 확대하는 것이고 현역 군인·경찰공무원 등의 공무원에 한해 단체행동권을 법률로 제한·금지하는 것이었는데, 부족하다. 그것으로는 단결금지법리를 폐지하고자 하는 헌법의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나는 감히 말하겠다. 그리고 그런 논의의 부족, 즉 단결금지법리의 폐지를 위한 분명한 헌법 개정 의지의 부족이 이번 문재인 대통령 발의의 헌법 개정안으로 나타난 것 아닐까. 노동자가 단결해서 교섭과 파업하는 것이 노동자의 자유임을 명확히 하는 헌법 개정안이어야 한다. 헌법을 개정한 대한민국은 노조할 자유가 보장되는 유노조의 나라여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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