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지난 칼럼을 보니 연이어 세 번째로 ‘삼성’ 이야기다. 또 삼성이냐고 반문해도 어쩔 수 없다. 계속 이야기해야 잊지 않는다. 잊지 않아야 되풀이되지 않는다.

2018년 ‘또’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이 발견됐다. 그것도 6천건에 이르는. 이름은 ‘서비스 안정화 마스터플랜’, 내용은 이른바 ‘번아웃’, 노조를 지치게 해서 힘을 빼는 전략이라고 한다. 문건은 올해 2월 검찰이 삼성의 다스 미국소송비 대납 혐의로 삼성그룹을 압수수색할 때 직원이 보유한 외장하드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했다. 법원 판단과 달리 검찰은 문건에 명의인 표시가 없고, 부당노동행위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삼성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이번 마스터플랜 문건은 6년 전 S그룹 문건보다 양도 많고, 내용도 치밀하다고 한다.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의 역사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7년 작성돼 97년 삼성코닝 노무관리 책임자 김형극씨가 폭로한 ‘345지침’, ‘88 삼성 노사관리지침 제4호’, 89년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89 비상노사관리지침’이 그것이다.

‘88 삼성 노사관리지침 제4호’와 ‘89 비상노사관리지침’에 따르면 삼성은 문제 사원을 등급화하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노조설립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이들 집 앞에서 지키고, 미행과 감시를 일삼았다.

87년 8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작성한 ‘345지침’은 노조설립 분위기가 가장 활발한 3·4·5월에 주의해 노조결성을 저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철저히 활용하고, 시청·군청·경찰서 등에 삼성 관계자를 두고 매달 급여를 지급했다. 노조설립 관련 서류를 담당하는 시청에 근무조 세 명을 두고, 한 명은 노조설립신고 담당부서 담당, 다른 한 명은 시청 내부 담당, 나머지 한 명은 시청 외부를 감시하다 노조설립신고 직전에 먼저 유령노조를 신고했다. 삼성의 첩보작전과도 같은 노조설립신고로 87년 삼성중공업 창원2공장, 88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2000년 에스원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신고가 반려됐다.

그로부터 20~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노조 없는 삼성은 불법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승계, 박근혜 정권과의 유착, 이명박의 다스소송 대납 등 돈으로 정치를 유린했다.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100여명이 암에 걸려 죽어도 외면하고 있다. 노조를 만들려다 돌아가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염호석 열사의 시신마저 탈취하고, 돈으로 매수했다. 노조파괴 범죄 내용은 30년 전과 거의 똑같다. 문제는 삼성 내부에만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도 S그룹 문건 작성자가 삼성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혐의 없음' 의견을 냈고, 노조파괴 전문가 공인노무사들은 삼성으로부터 매달 수천만원의 용역비를 받았다.

2013년 검찰이 S그룹 문건을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했다면, 삼성이 다시 노조파괴 문건을 작성했을까? 5년 뒤 우연히 마스터플랜 문건이 발견된 것은 삼성의 불법을 단죄하라는 역사의 가르침이 아닐까?

4월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삼성 노조파괴 재고소·고발 및 무노조경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다.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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