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GM)와 산업은행이 체결한 비용분담협약(CSA, Cost Share Agreement)을 전후해 한국지엠 부실 요인으로 지목되는 연구개발비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CSA가 한국지엠을 경영악화로 내몰았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지엠은 CSA 원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 범국민실사단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CSA가 한국지엠 부실과 먹튀 의혹의 열쇠”라고 주장했다. 범국민실사단은 산업은행이 노동자 등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한국지엠 실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조직이다.

지엠과 산업은행은 2006년 말 CSA를 체결했고, 2010년 이를 개정했다. 내용은 비밀에 부쳐졌다. 범국민실사단은 CSA 체결을 전후해 한국지엠이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비교해 유의미한 변화를 파악했다.

CSA 적용 전 2003~2006년 평균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3.9%였다. 반면 CSA 적용 이후인 2007~2017년 연구개발비는 4.7%였다. 매년 이전 대비 평균 0.8%포인트 연구개발비가 추가로 지출됐다는 뜻이다. 0.8%포인트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천28억원이다. CSA 체결 이후 연구개발비가 기존보다 1조1천309억원이 추가로 지출됐다는 얘기다.

부실 규모를 의도적으로 키웠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지엠은 이달 13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9천650억원의 세전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거액 적자에도 한국지엠은 법인세비용 1천947억원을 더해 이연법인세부채를 계상했다. 결국 당기순손실 규모가 1조1천597억원으로 확대됐다.

범국민실사단은 "법인세비용은 회계기준상 인식해서는 안 되는 비용"이라며 "한국지엠이 뚜렷한 근거 없이 수치를 추정 변경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 한국지엠은 이날 오후 11차 임금·단체교섭을 했다. 한국지엠은 20일까지 지부가 1천억원 규모의 복지삭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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