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4.22 일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김기덕의 노동과 법
헌법 개정안을 논함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벌써 20일이 지나갔다. 3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발의 전에 세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주요 내용을 설명하던 때로부터 보자면 한 달이 다 돼 간다. 그사이 이 나라에서 사회주의 운운하는 자유한국당의 비난과 국회의 총리 추천을 보장하라는 야당의 요구가 있었다. 그리고 경제지 등 일부 언론을 통해서 기업·경제 사정을 내세워 사용자 자본은 노동권 관련 헌법 개정안이 과하다는 비판을 했다. 하지만 이번 헌법 개정안에 관해서 이 나라 노동운동 진영에서 지금까지는 개정안을 폐기하라는 식의 반대 외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노동권·노동기본권을 확대 보장하는 헌법 개정안이라며 지지를 표하고 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이 지난해부터 노동법연구자와 노동계 등에서 논의해 온 내용이 대체로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헌법을 논함”(2017년 9월20일), “노동헌법개헌 국회토론회”(2017년 11월16일) 등 그간 열린 이에 관한 토론회가 있었고, 거기서 논의했던 주요 내용이 대부분 이번 헌법 개정안에 포함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100% 만족하지 못하지만 문재인표 헌법 개정안이 어서 국회를 거쳐 국민투표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헌법으로 공포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리라.

2. 이번 헌법 개정안 발의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한민국헌법을 바꾼 지 벌써 30년이 넘어 기존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며 “이제 국민의 뜻에 따라 새로운 대한민국의 운영 틀을 마련해야” 하기에 이번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제안이유의 서두에서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뜻을 헌법적으로 구현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와 미래 세대가 살아갈 대한민국은 국민의 자유와 안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나라,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나라, 더 정의롭고 공정한, 그리고 중앙과 지방이 함께 잘 사는 나라” “우리 국민은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량을 입증했으니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하는 나라여야 한다”고 이번 헌법 개정안 방향을 밝혔다. 이번 헌법 개정안에 포함된 노동헌법 내용은 이에 따른 것이다. 주권자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는 헌법이 그 뜻을 따라갈 수 없다면 그 뜻에 따르도록 개정돼야 마땅하다. 주권자의 의지가 관철돼야 하는 것이 헌법이라면 말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선언하고서 건립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법이라면 말이다. 이렇게 너무도 당연한 명제인 것을 새삼스럽게 이번 헌법 개정안 제안이유 첫머리에서 언급하고 있으니 조금은 의아하다. 그래서 제안이유를 다시 읽어 봤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정말로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서 나는 그렇다고 답하지 못하겠다. 현행 헌법으로는 ‘우리와 미래 세대가 살아갈 대한민국은 국민의 자유와 안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나라,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나라, 더 정의롭고 공정한, 그리고 중앙과 지방이 함께 잘 사는 나라’는 실현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도 정말로 그렇다고 답하지 못하겠다. ‘국민의 자유와 안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나라,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나라, 더 정의롭고 공정한 그리고 중앙과 지방이 함께 잘 사는 나라’는 현행 헌법의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나라인 것이다. 그 헌법을 개정해야 대한민국이 그걸 지향하는 나라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헌법에서 규정한다는 것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현행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은 맞다. 이것은 분명히 그렇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으니 그걸 개정하지 않고서는 대통령이 4년 연임을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나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위해서는 이번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제안이유를 읽었다. 다른 어떠한 이유가 아니라 대통령 임기를 위한 것이라고 헌법 개정안 제안이유를 읽었다.

3. 이번 헌법 개정안 중 노동과 관련한 조항은 현행 헌법 32조 근로의 권리, 33조 노동기본권에 관해서다. 개정안에서는 33조와 34조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노동자의 기본권을 기존보다 상세하게 확대·보장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입법과 법원판례에서 논란이 돼 왔던 것이 이 헌법 개정을 통해서 노동자의 권리와 자유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이번 칼럼에서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겠다. 다만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가 확대되는 방향이라면 나는 어떠한 내용이라도 반대하지 않는다고만 말해 두겠다. 그런데 말이다. 노동자에게 보장되는 기본권이 확대·보장된다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번 헌법 개정안에서 노동에 관한 것은 거기에 그치고 있다. 헌법은 단순히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장전이 아니다. 권력, 즉 국가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권력을 형성하는 최고 국가조직규범이다. 주권자 국민으로 노동이 조직돼 있지 않다면, 즉 개별화된 국민으로서 지역단위 선거권 행사자로 머물도록 하고 있다면 민주공화국에서 노동은 복종의 대상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서 노동자는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찾는 피치자에 불과하다. 노동의 시민권 보장 운운하는 주장만으로는 이렇다. 근대 이후 세상은 시민과 인민의 권력 의지로 전개돼 왔다.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는 권력에로의 권리로 전개돼 왔다. 주권자로서 국가권력의 주인으로 선언하고서 달려왔다. 그리고 노동운동은 그 길에서 노동자가 주권자로 설 수 있도록 노동을 조직해 왔다. 국민주권·인민주권 등 주권주의의 길에서 노동운동은 노동을 조직함으로써 노동자가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주권주의 논쟁은 노동운동과 함께 전개돼 왔던 것은 바로 이런 연유다. 의회제에서 노동자 대표를 의회에 보냈다. 정당제에서는 노동자를 대변할 정당을 찾았다. 헌법이 그걸 명시하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헌법 밖에서 노동운동은 노동을 조직해서 국가권력의 주인으로서 주권자로 노동자가 설 수 있도록 전개해 왔다. 그래서 오늘 이른바 선진 나라들에서는 노동은 주권자로서 자신의 지분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니다.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은 아무런 지분이 없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자신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거기서 노동의 지분은 없다. 단지 노동자는 노동의 의지를 잃고 국민으로 개별화돼 있을 뿐이다. 노동 없는 정당제가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해서 달라질 것이라는 기약이 없다. 분명히 노동의 지분이 있다면 헌법 1조1항의 주민주권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를 국가권력에서 관철될 수 있겠는데, 그래야 노동자는 이 자본의 세상에서 자신을 위한 권력을 세워 낼 기대를 할 수 있겠는데 이 나라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이런 무노동의 대지 위에 대한민국 헌법은 오늘 새로운 개정사를 쓰고자 하고 있다. 이상이 내가 노동권을 보장한다고 헌법 개정안에 박수만 보낼 수만은 없는 이유다.

4.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지를 떠나서 헌법을 읽을 수 없다. 헌법은 딛고 서 있는 대지의 권력관계를 선언하고 있는 규범이다. 아무리 노동의 기본권을 확대 보장하고 있어도 그 대지에 노동의 영토가 없다면 권력에 복종하고 그로부터 보호받을 피치자로서 노동자가 있을 뿐이다. 국민발안제니 국민소환제니 아무리 국민이 주인 되는 주권주의를 실현하는 헌법 개정이라도 그것만으로는 노동자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 이 나라에서 헌법 개정에 있어서 노동자·노동운동은 그 논의의 주도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헌법 개정안의 발의자인 대통령과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국회의원과 그 소속 정당들이 논의의 주도자다. 헌법 개정안을 발의한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혁명의 계승자라고 자임하면서 촛불혁명에 참여한 국민의 의지를 담아 낸 개헌안이라고 제안이유에서 밝혔다. 그래서 그 촛불혁명에 노동자·노동운동이 대규모로 참여했으니 이번 헌법 개정안에 노동의 의지도 반영된 것이 아니겠냐고 위안을 삼겠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헌법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나라의 대지에는 노동이 없으니, 노동자는 권력으로부터 자유와 권리, 거기서 멈출 뿐이다.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 행정권을 행사하는 행정부, 대통령 등 국가권력의 조직과 운영에서, 이 나라에서 노동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노동을 잃고 국민으로, 보호 대상으로서 노동자로 서 있을 뿐이다. 이것이 노동운동이 뿌리내린 대지 위에서 논하는 헌법 개정과 오늘 이 나라에서 그것이 같을 수가 없는 이유인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기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