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삼성. 이 두 글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뉴스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연일 삼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드러난 노조파괴 전략. ‘무노조 경영 신화’가 얼마나 치밀하고 졸렬하게 만들어진 것인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삼성이 파괴한 것은, 그리고 파괴하려고 한 것은 ‘노동조합’이라는 네 글자에는 모두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의 삶이었다. 노조탄압에 맞서다 목숨을 끊은 최종범 열사와 염호석 열사의 삶. 가족을, 동지를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고인의 주검을 놓고 협상을 제안하는 만행에 맞닥뜨려야 했던 이들의 삶. 일상을 위협당하고 ‘노조’를 말한다는 이유로 차별과 탄압의 매일을 버텨야 했던 이들의 삶. 수많은 삶을 치밀하게 파괴한 삼성의 만행에 대한 분노는 그들의 바람과 달리 익숙해지거나 무뎌질 수 없었고, 그 삶의 무게만큼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2013년 10월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고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도 진행됐다. 그러나 노동자들을 채증하고 감시했던 실무자 4명에 대한 벌금형 처벌만 이뤄졌다. 노동조합 활동에 지배·개입하거나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취급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노조를 만들려는 노동자들의 일상을 감시하고 괴롭히고 보복성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지배·개입이 아니면 무엇일까. 누가 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지, 과연 알 수 없었을까.

위 문건은 법원에서 삼성이 작성한 문건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바로 그 문건의 내용대로 괴롭히고 탄압하던 노동자에 대한 부당해고에 관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삼성그룹에서 작성된 문건"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삼성이 내부문건임을 인정한 사실이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삼성그룹 내부 고위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며, 삼성 계열사들의 노조설립 대응전략과 유사하면서 공격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검찰 수사 결과만으로 삼성그룹에 의해 작성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검찰은 일부 실무자들의 일탈행위인 것처럼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결정과 개입이 아니라고 봤고, 고용노동부 또한 삼성이 작성한 문건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수사 과정에서 누구보다 많은 자료를 확인했을 검찰과 노동부인데도 말이다. 수천 건의 문건이 연이어 드러나는 지금, 검찰과 노동부는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삼성의 치밀한 노조파괴 전략은 노동조합의 존재가, 노동자들의 단결이 얼마나 무섭고 강력한 것인지를 방증한다. 수년간 범죄행위를 서슴지 않으면서 노조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으려 했던 그 이유가, 다시 노동자들이 모이도록 하고 있다.

문건의 제목 '마스터플랜'과 '문제인력·노사전략'이라는 문구, 몇천페이지 분량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수많은 삶을 파괴한 죄가 '신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왔다. 그리고 그 신화는 매년 광고처럼 보도되는 경영실적과 함께 삼성의 견고한 한 축이 됐다. 그 축 곳곳에 가려져 있던 균열이 드러났다. 이제 무너질 차례다. 철저하고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너무 늦었지만,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 더 이상의 신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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