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승무업무는 생명·안전업무가 아닌 서비스업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자회사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해 꾸린 노·사·전문가 협의회에서 밝힌 KTX 승무원 직접고용 반대 이유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뒤 안전한 사회를 향한 국민 관심이 뜨거워지자 철도안전법을 서둘러 바꾸던 때와는 다른 풍경이다. 2015년 7월 바뀐 철도안전법에는 KTX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하지 않아 사상자가 발생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노동자들은 안전업무는 해야 하지만 안전업무를 할 수 없는 기묘한 상황에 처했다. KTX 승무원들 고용 문제를 풀 해법은 없을까.

안전업무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우는 비정상 상태
이대열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용산익산지부장

이대열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용산익산지부장

1천여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한국 최고의 프리미엄 고속열차인 KTX에는 3명의 여객승무원이 있지만 이들 가운데 안전담당 직원은 단 한 명이다. 철도공사는 열차가 운행되는 동안 한 명이 1천여명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안전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열차 안에서 승객과 가장 근접한 위치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이 안전을 담당하지 않는다고 철도공사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철도안전법에서는 분명히 여객승무원이 철도사고 발생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는다. 안전 활동에 대한 권한은 주지 않고 책임만 묻고 있다. 승무원에게 법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은 업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언제든 신속하고 안전하게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승객 생명·안전의 접점에 위치한 KTX 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해 직접 교육하고 관리·감독해야 한다. 열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안전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 열차를 운영하는 철도공사는 안전을 유지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현재의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체계를 탈피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KTX 승무원을 직접고용해 안전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 대통령 공약 이행하면 해결 가능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문재인 정부가 밝힌 국정과제를 이행하면 KTX 해고승무원 복직 문제와 현재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 소속돼 일하는 승무원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다. 코레일이 승무업무를 생명·안전업무라 보지 않고 서비스업무라고 보면서 사태가 풀리지 않고 있다. 항공안전법은 객실승무원에게 안전업무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과 유사한 일을 하는 철도승무원도 철도안전법에 따라 철도사고 발생시 후속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 진실에 근거해 문제를 접근하자.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상시·지속,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자회사 정규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고용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 위탁한 승무업무를 되가져 와야 한다. 위탁계약 종료시점 이후 코레일은 자회사 소속 승무원 노동자들을 정부 방침에 따라 고용승계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해고승무원들을 복직시키고, 해고 전 일했던 승무업무 자리에 돌려보내면 된다. 생명·안전업무는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국민 생명·안전, 노사 자존심 대결의 대상 아니다
김영준 철도노조 조직국장

김영준 철도노조 조직국장

철도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정규직화를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철도 노사와 전문가는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해서는 기존 자회사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업무라도 성격에 따라 직접고용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구체적인 생명·안전업무 범위와 관련해서는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철도공사쪽 협의위원들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펴면서도, 여전히 열차 승무업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업무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회가 나서 철도안전법을 개정해 열차 승무원의 안전의무를 명시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해 승무원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철도공사 관료들의 이러한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마치 2006년 KTX 승무원 파업과정에서 ‘승무원은 생명·안전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뒤엎을 수 없다는 자존심의 발로로 보인다.

세상은 변했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국민의 생명·안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의 하나라는 공감대를 이뤘다. 이러한 문제는 노사 간 자존심 대결 대상이 될 문제가 아니다. 코레일이 노동 차별의 상징이 되고, 국민의 생명·안전을 하위 가치로 여기는 구태 집단으로 비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지금 진행되는 철도의 노·사·전문가 협의회가 많은 어려움은 있지만, 국민의 변화된 가치와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오영식 사장, 정부정책과 엇박자 행보 실망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취임한 후 철도노조 해고자 98명을 원직복직시키는 것을 보면서 KTX 승무원 복직과 직접고용 문제는 정말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노사분규에서 가장 풀기 어렵다는 해고자 원직복직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해고자 문제에 비하면 승무원 직접고용은 정말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도 생명·안전업무는 당연히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KTX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진다. 당연히 생명·안전업무를 한다. KTX 승무원들을 서비스직으로만 보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최근 오영식 사장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오 사장은 언론이나 외부기관 핑계를 대면서 승무원 직접고용을 부담스럽다고 했다고 한다. 정규직 전환을 위한 철도 노·사·전문가 협의회에서 전문가들도 승무업무를 생명·안전업무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열차에서 사고가 났을 때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하자는 데 어떤 국민이 반대를 하겠나. 생명·안전업무는 직접고용하겠다는 건 대통령의 공약이자 정부정책이다. 오 사장이 정치적 계산을 하면서 정부정책과 어긋나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장 자격이 없다. KTX 승무원 직접고용에 대한 오영식 사장의 최종 의사를 확인해 끝까지 직접고용을 거부한다면 사장 퇴진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KTX 여승무원은 코레일 직원 ‘직접고용’이 답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

안진걸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

코레일은 애초 KTX 여승무원을 코레일 직원이라고 약속하고 채용했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뽑았다는 의미다. 이 업무는 안전·생명업무로 해석하는 게 마땅하다. 가장 좋은 해법은 코레일이 KTX 여승무원을 직접고용하는 것이다. 또한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 채용된 여승무원까지 통합해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당장 공공기관 정원관리 같은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면 차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존 KTX 여승무원과 코레일관광개발 여승무원을 합칠 때 정원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말이다. 그렇다면 우선 해고된 KTX 여승무원은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 복직의 형태를 띠든 추가채용 형태를 띠든 직접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KTX 여승무원과 코레일관광개발 여승무원 통합 문제에 대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두 집단이 위화감이나 갈등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KTX 여승무원을 복직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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