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을 둘러싸고 정치권을 넘어 시민단체들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는 “사퇴 사유가 안 된다”며 엄호를 풀지 않고 있다.

김기식 원장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 중에 입장을 내지 않던 시민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12일 논평을 내고 “금융부패를 척결할 적임자 임명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를 반영해 김기식 원장이 임명된 것”이라며 “그런 그가 피감기관이 제공한 여비로 외유성 출장을 간 사실은 부패를 제거하라는 촛불에겐 절망이고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센터는 “김 원장이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 등 각종 금융부패 사건을 처리할 자격이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기식 원장 출신단체인 참여연대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박정은 사무처장은 이날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회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과거 그의 금융개혁 의지와 왕성한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 때문에 김 원장 임명시 기대가 컸다”며 “그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고 실망스러운 점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현재 야당과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과 당사자 해명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보다 분명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며 “부적절한 행위 수준, 위법 여부, 유사사례에 대한 참여연대의 기존 입장을 면밀히 검토해 최종 입장을 내고자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에 이어 정의당도 이날 김 원장 사퇴 요구로 당론을 확정했다. 정의당은 “금융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능력과 함께 칼자루를 쥘 만한 자격을 갖춰야 수행이 가능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빠른 시일 안에 더 나은 적임자를 물색해 금융적폐 청산을 힘 있게 추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기식 원장 지키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김 원장 논란과 관련해 국회의원 임기 말 후원금 기부와 퇴직금 지급 적법 여부 등 몇 가지 법률쟁점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참여연대 출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6·13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선언식에서 “오랫동안 봐 온 김 원장은 금감원장으로서 역량과 자질이 충분하다”며 “지나친 정치공세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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