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퇴직을 앞둔 버스노동자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오는 7월부터 노동시간단축 관련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 퇴직금이 반토막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격일제로 하루 17시간을 근무하면서 400만원 가까이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노동시간이 주 52시간 이내로 단축되면 근무일수가 지금보다 4~5일 줄어드는 대신 월급도 적게는 40만원, 많게는 120만원이 삭감될 수도 있다.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으로 퇴직금을 산정하니 월급이 줄면 퇴직금도 삭감될 수밖에 없다. 차라리 근로기준법 시행 전에 퇴직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고민은 비단 A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12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최근 버스노동자들이 7월 전에 퇴직금을 수령하기 위해 사직 절차를 밟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단 퇴직한 후 곧바로 재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은 그대로 하면서 퇴직금만 미리 받는 식이다. 자동차연맹 관계자는 "버스회사 근속수당이 1년에 8천~1만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퇴직금 삭감을 우려한 노동자들이 차라리 퇴직 후 재입사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논란이 일자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단축으로 퇴직금이 줄어들 경우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에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감소를 추가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1일 입법예고했다. 또 노동시간단축으로 퇴직금이 줄어들 경우 이런 사실을 미리 노동자에게 통보하도록 사업주에게 책무를 부여했다. 퇴직금 감소가 우려될 경우 사업주는 노동자대표와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도입이나 별도 급여산정기준 마련 등 필요한 방법을 협의해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퇴직금 감소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국무회의 통과 등의 절차를 거쳐 7월 이전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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