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한국 노동계와 유럽연합(EU) 전문가그룹이 사회적 대화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양대 노총 위원장은 EU 전문가그룹 관계자들을 만나 중층적인 교섭구조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EU 전문가그룹 관계자들이 11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연이어 방문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양대 노총과 주한 EU대표부가 공동주최한 ‘유럽 국가의 관점에서 본 사회적 대화에 관한 워크숍’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한국의 사회적 대화가 노사정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 대화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

전문가그룹은 이날 오전 민주노총을 찾았다. 조엘 이보네 공사참사관은 “워크숍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무엇이었나”라고 물었다.

김명환 위원장은 “여러 나라에서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이 지난 뒤 사회적 대화가 무르익기 시작했다는 점과 오스트리아 사례에서 보듯 사회적 대화에서 노사 중심성이 강조되는 특징을 흥미롭게 봤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에서 정부 역할에 대해 “우리나라도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주도성이 강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대화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면 정부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노동시간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노동계와 소통 없이 통과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사회적 대화기구 안에 중층적인 교섭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보네 공사참사관은 “한국의 사회적 대화 추진을 예의주시할 것이며 어떤 방향으로 하면 좋을지에 대해 노동부와 경총에도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노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카렌 커티스 국제노동기구(ILO) 부국장도 “ILO 총회에 사회적 대화에 관한 위원회가 있다”며 “민주노총이 ILO를 잘 활용해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사회안전망 없어 노동자 극단으로 내몰려"

전문가그룹은 같은날 오전 한국노총을 방문했다. 지난해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유럽은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회적 대화를 진행한 경험이 있지만 한국은 사회적 대화에 대한 역사가 길지 않다”며 “노사정이 신뢰를 쌓아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뢰에 기반을 둔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방점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없어 노동자들이 해고되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린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의 유연안정성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보네 공사참사관은 “사회안전망 구축이 먼저”라며 “유럽은 유연한 노동시장을 보장하는 동시에 사회적 대화를 통해 평생교육·직업교육·재교육으로 안전망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회적 대화는 노동자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며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라인하르트 나우만 포르투갈 사회경제지역연구센터 소장은 포르투갈의 사회적 대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임금이나 건강보험·직업교육 등 지엽적인 문제만 다뤘다”며 “사회적 대화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경험을 한 후 최저임금 인상이나 산업안전·노동유연성 보장 등 여러 안건을 동시에 논의하고 주체 간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양우람·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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