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장

2015년 9월 인천 부평역 인근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철길로 전도돼 지하철 이용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난해 5월1일 노동절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업 중이던 대형 크레인끼리 충돌해 무려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층건물을 많이 지으면서 크레인 의존도가 커졌다. 그러나 이 중요한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환경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타워크레인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11월16일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전문신호수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노동부 대책 발표는 타워크레인 산업재해 예방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환영받을 일이지만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노동부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 후속조치에도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을 통해 건설사 원청,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및 설치·해체업체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를 강화했다. 타워크레인 설치·상승·해체 작업 전반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장비나 인접구조물과의 충돌에 대비한 ‘충돌방지조치’도 명시했다. 8시간 특별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한 사람을 전담신호수로 배치하도록 하고, 타워크레인 설·해체 작업자에 대한 자격취득 교육도 강화했다. 지금까지 누구나 36시간 교육을 받으면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실습교육 위주로 교육방식을 개편하고 교육시간도 현행 36시간에서 144시간으로 연장했다.

노동부 발표를 두고 현장에서는 “교육이수자 교육비와 생활임금 보전, 영상장치 설치로 인한 인권문제, 서류작업 폭증에 관한 세부대책이 없다”는 불평불만이 잇따른다. 특히 타워크레인 전담신호수 배치 문제는 벌써부터 편법이 횡행한다. 가령 지금의 정기안전교육처럼 서명지에 교육이수 사인만 하고 끝내거나, 설령 신호수 특별안전교육을 하더라도 전문성 없는 사무직 안전관리자들로 인해 교육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신호 작업을 하는 팀·반장을 대상으로 신호수 업무를 겸직하도록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정부에서 노리는 일자리 창출과 산업재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자는 2009년부터 건설현장 전담신호수제도 도입을 주장해 왔다. 건설현장에 넘쳐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의사소통 문제와 표준화 작업이 많아지면서 장비의존도가 심화했기 때문이다. 건설기계의 잦은 사고도 원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전문성들은 둘째치고 벌써부터 편법이 난무한다. 전문성 있는 전담신호수 양성이 필요하다. 전담신호수 국가자격증화를 도입하고 매년 보수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크레인 조종면허가 있는 실업자들에게 전담신호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타워크레인 1대당 2인 1조식으로 최소 4명의 전담신호수가 있어야 한다. 국내에는 지난해 12월 기준 총 6천162여대의 타워크레인이 등록돼 있다. 그중 4천500대 정도가 가동 중이다. 즉 1만8천명의 전담신호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공사 규모에 따라 전담신호수는 더 많이 필요하다.

내국인 중심으로 특성화된 신호수를 양성한다면 일자리 창출에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호수 교육을 영상으로 남기도록 해서 형식적인 안전교육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교육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 자체교육보다는 정부기관과 전문성 있는 민간단체들의 교육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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