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4년의 실형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3월 탄핵된 지 1년여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받은 돈은 뇌물로 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지난 6일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에서 231억9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 공소사실 18개 중 16개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에서 최순실씨와의 공모를 인정했다. 삼성의 정유라씨 승마지원 72억9천만원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봤다.

반면 삼성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220억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K스포츠재단 70억원 지원과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비덱스포츠 등 89억원 지원요구는 3자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국정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며 “그런데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주변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다”며 “오늘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헌정을 유린하고 국민을 상실감에 빠뜨렸던 국정농단에 대한 죄와 벌은 인과응보”라고 논평했다.

이재용 부회장 관련 판결에 대해서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은 “살아 있는 자본권력 이재용을 건드리는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삼성공화국”이라고 지적했고, 참여연대는 “이재용 부회장 등 국정농단 범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지속적으로 재판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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