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영정을 든 사람들이 서울 서초동 높은 빌딩 앞에 모여 죽음의 이유를 물었고 삼성 깃발을 불태웠다. 소화기 든 경찰이 뛰어들어 불을 껐다. 연기가 자욱했다. 눈 벌건 사람들이 차 벽 앞에서 울었다. 노조 탄압 때문이었다고 외쳤다. 2013년의 일이다. 노조 출범 4개월이 채 안 된 때였다. 그해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공개됐다. 노조와해 전략과 문제인력 이름이 거기 빼곡했다. 흐지부지, 미제로 남았다. 다음해 5월, 또 사람이 죽었다. 남은 사람들은 상복 입고 길에서 한 가족처럼 살았다. 곧 사람들 기억에서 잊혔다. 누구나 알았지만 모두가 무력했다. 불씨 점차 사그라졌다. 5년 만에 문제의 문건이 다시 나왔다. 서초동 빌딩 찾아가 부회장 면담을 요청하려다 멱살 잡힌 채 밀려난 노조 지회장이 오래전 죽은 동료의 이름을 다시 페이스북에 적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꺼진 불도 다시
- 기자명 정기훈
- 입력 2018.04.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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