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을 계기로 향후 금융권 경영진단평가를 할 때 채용 과정의 성차별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금융권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금감원에 요청하면서 채용 과정에 만연한 성차별 문제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김기식 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을 찾은 정현백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남성·여성 채용비율을 정해 놓고 합격점수를 달리해 여성을 대거 서류전형에서 떨어뜨린 하나은행 사건을 보고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금감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장관은 최근 은행권 성차별 채용비리 사건을 항의하고 금감원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 장관은 "금융노조의 2016년 통계를 보면 정규직 채용 중 여성비율은 20%인 반면 비정규직 채용비율은 90%를 차지한다"며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성차별 사건이) 터졌지만 금융기관 채용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류전형·최종합격 등 채용단계별 남녀 비율을 공개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김 원장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해도 금감원이 징계할 규정이 미비하고 처벌도 벌금 500만원으로 지나치게 약하다"며 "금융권을 상대로 경영진단평가를 할 때 고용상 젠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방식을 통해 문제가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보 사례를 취합해 금융권 남녀차별 채용비리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2013년 공채에서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정해 두고 전형 과정마다 여성에게 불이익을 줬다.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여성응시자 2명을 탈락시키고 탈락 대상이던 남성 2명의 순위를 높여 합격시켰다. 같은해 최종합격자 남녀 비율은 5.5대 1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2015~2016년 공채 서류전형에서 남성 지원자 100여명의 점수를 특별한 이유 없이 올려 여성 지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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