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 노동자들이 세스코에 “성실교섭과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5일로 45일째 서울 강동구 세스코 본사 터치센터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연합노조>

세스코가 노조 조합원을 회사의 노조 감시·사찰 관련 자료를 수집·폭로한 인물로 지목하고 ‘주거침입(사무실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세스코 본사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회의실 자료를 유출했다는 혐의인데 해당 조합원은 "당시 본사 방역업무를 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갔고, 회사에서 출입카드도 받았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파업에 복귀한 뒤 회사가 또 조합원을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역하러 들어갔는데 무단침입?” 

5일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에 따르면 세스코는 조합원 A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올해 1월31일 서울강동경철서에 고소했다. A씨가 지난해 11월 본사 내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구역(회의실)에 무단으로 들어와 화이트보드에 적힌 내용을 촬영하고 외부에 유출했다는 이유다. 조합원이 촬영해 유출했다고 회사가 주장하는 사진에는 노조간부 감시·사찰 의혹이 담겼다.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감시·사찰을 하고는 제보자를 색출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본지 2017년 12월22일자 3면 ‘세스코, 노조간부·조합원 감시하고 사찰했나’ 참조>

경찰은 지난달 27일 서울동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일하러 가던 장소는 맞는데 업무 외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 판단을 더 지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도 "무단침입이 아니라 일하러 간 것"이라고 했다. 세스코 서울강동지사 소속인 A씨는 본사 방역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가 “허용되지 않은 구역”이라고 주장하는 회의실(공조실)도 매번 방역을 위해 출입했다고 한다. A씨는 “이전부터 회의실에 쥐약이 있었고 그날은 쥐약을 교체하는 날이어서 회의실에 들어간 것이지 다른 의도를 가지고 들어간 것은 아니다”며 “이날 방제를 하기 전 회사로부터 출입에 필요한 출입카드와 마스터키까지 받았는데 무단출입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회사는 A씨의 주장에 대해 “경찰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로 조사 중인 만큼 구체적인 답변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위축시키려는 것"

회사가 본사 방역담당 직원인 A씨의 회의실 출입을 고소한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노사 갈등이 있다. 노조는 지난해 2월 출범한 뒤 임금·단체교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회사와 마찰을 빚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다. 그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두 달 뒤인 12월에는 회사가 노조간부를 사찰한 것으로 보이는 화이트보드 사진까지 공개됐다. 회사는 사진을 유출한 당사자로 회의실을 출입한 A씨를 지목했다.

회사는 노조 감시·사찰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날 오후 일하고 있던 A씨를 세스코 본사로 데려갔다. 회사는 “본사 CCTV를 확인한 결과 회사 정보를 무단촬영한 장본인은 A씨로 확인돼 소명을 듣기 위해 본사로 데려갔다”고 했지만 지부는 “회사가 사실상 A씨를 납치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부는 “당시 회사가 사규 위반을 이유로 갑자기 ‘본사로 가자’고 했다”며 “A씨는 경황이 없어서 가겠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강압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조명심 노조 법률국장은 “회사가 무고한 조합원을 납치한 것도 모자라 자기 업무를 하던 이를 주거침입으로 고소까지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세스코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교섭을 했지만 아직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했다. 지부 간부는 세스코 본사 터치센터 앞에서 이날로 45일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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