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8.3.8. 선고 2016구단59464, 2018.1.26. 선고 2016구단60181 판결
 

이상철 공인노무사(이유노동정책연구소)

1. 사건 개요

가. 유성기업의 노조탄압과 극심한 노사분규 발생

유성기업은 금속노조 유성아산·영동지회와 2011년 1월18일부터 같은해 5월4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진행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관련한 특별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하자 같은해 5월6일 노조파괴로 악명을 떨치는 창조컨설팅과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공격적 직장폐쇄, 제2 노조 설립, 해고 등 징계, 손해배상 청구, 조합활동 방해 등 유성지회 무력화를 위한 일련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행했다.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뿐만 아니라 원청사인 현대자동차와 주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 제2 노조 조합원 확대방안, 유성지회 조합원 탈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등 계획적으로 노조탄압을 진행했고, 이로 인해 유성기업과 유성지회의 극심한 노사분규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나. 유성지회 조합원들의 심각한 정신건상 상태

유성기업은 노조파괴 과정에서 유성지회 조합원과 제2 노조 조합원의 차별, 노노 갈등 유발, 임금인상 차별, 해고 등 유성지회 조합원에 대한 징계와 고소·고발, 잔업·특근 배제, 단체교섭 거부 등 조합활동 탄압, 감시와 통제 등 탄압과 불이익을 지속했으며, 이러한 급격한 작업환경 변화와 불이익으로 인해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

실제로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우울증 고위험군이 4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고, 급기야 자살자 2명이 발생하는 한편 유성지회 조합원 8명은 우울증 등으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심각한 조합원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해 유성기업에 임시건강진단 실시를 명령하기도 했다.

다. 적극적인 유성기업의 요양승인처분 취소청구의 소 제기

유성기업은 노조파괴 과정에서 차별·불이익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 조합원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업무상재해로 계속 승인되면서 노조파괴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유독 유성지회 조합원의 요양승인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각주1)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1월과 3월 두 사건에 관해 판결을 선고했다.(각주2)

2. 유성기업의 주장 및 판결의 요지

가. 유성기업의 주장 요지

유성기업은 근로자의 우울증 등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업무에서 기인하거나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유성지회가 장기간 쟁의행위를 지속하면서 회사 노무지휘권을 사실상 박탈한 상태에서 불법적 노동조합활동을 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므로, 회사의 지배·관리하에서 근로계약에 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 중 발생한 것이 아닌 이상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참가인이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상적인 업무수행 중에 경험한 노사·노노 갈등과 여기서 원고의 부당한 경제적 압박, 강화된 감시와 통제가 더해져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바 이 사건 상병의 발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거나(제1 판결), 또는 “비록 참가인이 스트레스에 다소 취약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이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복직한 이후에도 유성지회 조합원들과 관리직 직원들이 대립하면서 지속적으로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유발됐거나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추단할 수 있다”(제2 판결)며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관관계를 인정해 유성기업 청구를 기각했다.

3. 대상 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업무상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정신질환 간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한 정도의 입증을 요하지는 않으며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 정도면 인정된다”는 기존 판례 법리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노조 무력화로 발생한 극심한 노사분규 과정에서의 차별과 불이익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직접적으로 우울증 정신질환 발병의 원인이 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상판결은 “참가인은 부분파업 등의 쟁의행위가 없던 시간에는 정상적으로 근무했으므로 쟁의행위 기간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거나(제1 판결), 근무하는 내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제2 판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것으로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유성기업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임금차별과 삭감, 잔업·특근 차별, 감시와 통제, 관리직원 및 제2 노조 조합원들과의 갈등과 반목 등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발병 원인이라고 명백하게 판단했다.

또한 대상판결은 참가인들이 폭행·모욕·업무방해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하지 못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제1 판결), 사용자는 근로계약상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유성기업이 유성지회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에서 참가인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했다면서 유성기업의 노사분규 상황의 발생과 지속에 있어서 회사 잘못이 훨씬 더 크다(제2 판결)고 해서 참가인들의 위법행위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했다.

판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를 “근로자의 본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로서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라고 하는데(대법원 2009.10.15. 선고 2009두10246 판결) ①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를 야기한 극심한 노사분규는 유성지회를 무력화하려는 유성기업의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점 ② 근로제공 과정에서 관리직 직원과 제2 노조 소속 조합원들과의 갈등이 발생했다는 점 ③ 근로제공 과정에서 차별과 불이익을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점 ④ 임금삭감 등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관리자들과 수시로 충돌했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본다면 참가인들의 우울증 등은 본래 업무행위 내지 이에 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것이므로,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다.

4. 마치며

유성기업은 유성지회 조합원들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회사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불법적인 노동조합활동 또는 쟁의행위 기간 중에 발생한 것이고, 거의 동일한 사유를 이유로 요양신청을 하고 있다면서, 조합원들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업무상재해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고 오로지 회사에 타격을 주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라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성기업은 유성지회 조합원 7명의 요양(유족급여) 승인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상판결이 있은 후에는 바로 항소를 제기하는 등 여전히 소송을 빌미로 조합원들의 심적 괴롭힘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3명의 조합원들이 뇌경색 등으로 쓰러지는 등 유성지회 조합원들 정신건강이 심각한데도 여전히 유성기업의 노조탄압은 계속되고 있고, 유성기업 대표이사 출소는 얼마 남지 않았다. 유성기업은 유성지회 조합원에 대한 요양승인처분 취소청구를 즉시 취소하고 노조파괴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다.

<각주>
1. 소송 과정에서 유성지회 조합원뿐만 아니라 관리자 등을 포함해 여러 명의 근로자들이 급격한 작업환경 변화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발병한 우울증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았음이 확인됐다.
2. 유성기업은 현재까지 유성지회 조합원 7명에 대한 요양승인처분 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그중 두 건에 대한 판결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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