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윤곽이 드러났다. 사회적 대화기구 명칭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유력하다. 의결권을 갖는 본위원회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미조직 취약계층과 중견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을 참여시켜 대표성을 높인다. 무엇보다 '노사 중심성'에 기반을 둔다. 기구 명칭과 참여주체 확대, 사회적 대화기구 성격 같은 이른바 '3대 지뢰'가 제거되면서 개편안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노사정대표자회의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20층 챔버라운지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손경식 한국경총 회장·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박태주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간사)이 참석했다.

명칭·참여주체 확대·기구 성격 쟁점 해소

이날 대표자회의 참석자들은 기구 명칭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정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명칭 문제는 회의 직전까지 의견접근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올해 1월31일 첫 노사정대표자회의 이후 7차례 실무협의회·4차례 운영위원회 논의에서 민주노총을 제외한 나머지 주체들은 '경제사회위원회'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민주노총은 명칭에 '노동'이 포함돼야 한다며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연대를 위한 사회노동위원회'를 제안했다. 2차 회의에서도 명칭 관련 이견이 있었지만 회의 막판에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재안으로 제시하면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는 참여주체를 확대한다. 청년·여성·비정규직과 중견·중소기업·소상공인이 참여하고 의결권을 행사한다. 당초 재계는 "합의 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의결권을 행사하는 본위원회에 새로운 주체들의 참여를 반대했다. 재계를 제외한 나머지 주체들이 본위원회 참여주체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새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여성·비정규직의 경우 최저임금위원회처럼 노동단체에 추천권을 주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참여주체 확대는 의결권을 기본으로 한 접근"이라며 "다만 (새롭게 참여하는 주체들이)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처럼 일정한 대표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대표성과 의결권한을 어떻게 할지 세부방안을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참여주체 확대와 함께 사회적 대화기구에 (가칭)미조직 취약계층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새로운 참여주체들이 스스로 의제를 개발하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로 했다.

명칭·참여주체 못지않게 뜨거운 감자는 사회적 대화기구 성격이었다. 민주노총이 '합의기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내놓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안에서 '합의기구'가 아닌 '협의기구'로 규정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서는 무리한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협의기구 위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이런 의견을 반영해 사회적 대화기구 성격을 '노사 중심 합의 지향 협의기구' 대신 '노사 중심성을 기반으로 하자'는 데 의견접근을 이뤘다.

3개 의제별위원회 구성 확정, 노동기본권 의제 추후 논의

노사정 대표자들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의제별·업종별·지역별 대화체제를 강화한다. 의제별위원회로는 △경제의 디지털화(4차 산업혁명)와 노동의 미래위원회 △안전한 일터를 위한 산업안전위원회 △사회안전망 개선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확정했다. 민주노총이 요구한 노동기본권 관련 의제는 추후 다룬다.

업종별위원회 구성·운영은 3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결정한다. 노동계는 이날 해운·버스운송·금융·공공(한국노총), 자동차·조선·민간서비스·보건의료·건설·공공(민주노총) 업종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또 '양극화 해소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연구회'를 만들어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중소기업 중심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노사정 대표자들이 사무처 전문성뿐만 아니라 독립성 강화에 합의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노사정위원회는 정부조직법상 대통령소속 자문기구다. 예산과 인사를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날 사무처 독립성 강화에 합의하면서 독자적인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노사정위원회법 개정안 국회 제출 언제쯤?

노사정 대표자들은 최대한 빠른 시일에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안을 만든 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수 있느냐다. 민주노총이 내부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달 6일까지 가맹산하 조직에서 개편안 관련 토론을 하고 있다. 이날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주요 의제와 관련해 '의견접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민주노총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이 내부 논의를 마무리하고 최종 개편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법안 처리에 걸리는 물리적 시간이나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4월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4월 국회에서 노사정위원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5월 국회 원구성과 6월 지방선거, 정기국회 등 정치일정 때문에 연말로 무한정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4월 입법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면 날짜를 지정하면 좋겠지만 강제하는 게 될 수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에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차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이달 중 한국노총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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