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이라는 용어를 별로 안 좋아한다. 보완기업이라고 해야 한다. 헌법에는 사회적경제라는 용어가 없는데 학자들이 쓰고 있다.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헌법취지를 보면 사회적경제라는 용어가 법률에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

지난달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가 개최한 ‘사회적경제 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자유시장주의 학자인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가 한 말이다.

전 교수 발언은 올해 1월2일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당 최고위원회에서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언론에 보도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개헌 권고안 초안이 논란이 됐다. 장 대변인은 당시 “자유시장경제는 없어져 사회적경제가 자리를 잡았고 자유시장경제의 보완가치인 사회적경제 이념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사회주의 헌법 개정을 막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역대 정권 모두 추진

사회적경제라는 말이 보수진영의 공격을 받고 있다. 색깔론 대상까지 되는 듯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세 번에 걸쳐 발표한 개헌안에 ‘사회적경제의 진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신설하면서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대한 보수진영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청회 대상인 사회적경제기업 구매촉진법은 현 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제정법 중 하나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업 구매촉진법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제품 구매촉진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자생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지원 같은 직접지원에서 판로확대나 네트워크 형성 같은 간접지원으로 무게추를 옮기려는 시도다.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정부는 사회적경제기본법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국회에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계류 중이다. 유 대표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당론으로 같은 법을 발의했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든 사회적기업 육성법이나 MB 정부 시절 제정된 협동조합 기본법처럼 사회적경제를 떠받치는 법은 별다른 논란 없이 제정됐다. 그럼에도 최근 사회적경제가 마치 헌법을 부정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원칙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이날 공청회에서 전삼현 교수는 “사회적경제 기업제품 구매촉진법 제안이유에서 밝힌 것처럼 ‘경쟁주의와 양극화를 조장하는 시장경제를 치유하고 보완해 줄 인간적 경제기제’로서 법을 제정해 시행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상당수 헌법학자들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우리 경제헌법 기본원리로 보고 있다”면서도 “헌법재판소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 경제원리로 일관되게 자유시장 경제질서만 인정한 것은 아니다. 1998년과 2001년을 포함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여러 차례 내렸다.

반면 서형수 의원은 “사회적경제가 헌법 경제원칙을 부정한다는 주장은 현행 사회적기업 육성법이나 협동조합 기본법 등 사회적경제 기업을 육성하는 법률과 지난 정부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관련 정책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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