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3-29 이부자리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이부자리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18.03.30 08:00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 정기훈 기자비닐을 깔고 침낭을 늘어놓으니 저기 어두운 밤 누울 자리다. 휴업 1년여, 할 일이 없으니 못 할 일도 없었다. 천장 없는 노상이었지만 마른자리였고, 낮이면 봄볕 아래 따뜻했다. 보송보송 잘 마른 침낭에 들어 잠들기 전, 집에 전화 한 통을 잊지 않았다. 말이 길지는 않았다. 낮이면 효자로 따라 걸었다. 청와대 100미터 앞에 주저앉아 버티기를 이어 갔다. 마이크 잡아 속마음을 전하는 데 말이 길지 않았다. 배 짓는 일 18년, 아이들 키우느라 힘든 줄을 몰랐다. 겨우 빚내 새집을 샀다. 중도금 꾸역꾸역 메꾸고 들어가 이제 막 발 좀 뻗어 보려는데 이렇게 됐다고 그중 말 많은 사람이 읊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의견 표현할 수 있게 된 건 정말 큰 변화 같다고 거기 옆을 지나던 사람들이 말했다. 정치하는 사람들 선거철 굳은 약속 안 지키는 건 변함없다고, 왜 항상 노동자들만 잘려 나가야 하느냐고 길에 앉은 사람들이 외쳤다. 조선의 궁궐 담벼락 따라 다시 행진했다. 하루 멀다고 솟은 온갖 천막농성장을 지나 번데기 모양 이부자리를 찾아갔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 정기훈 기자비닐을 깔고 침낭을 늘어놓으니 저기 어두운 밤 누울 자리다. 휴업 1년여, 할 일이 없으니 못 할 일도 없었다. 천장 없는 노상이었지만 마른자리였고, 낮이면 봄볕 아래 따뜻했다. 보송보송 잘 마른 침낭에 들어 잠들기 전, 집에 전화 한 통을 잊지 않았다. 말이 길지는 않았다. 낮이면 효자로 따라 걸었다. 청와대 100미터 앞에 주저앉아 버티기를 이어 갔다. 마이크 잡아 속마음을 전하는 데 말이 길지 않았다. 배 짓는 일 18년, 아이들 키우느라 힘든 줄을 몰랐다. 겨우 빚내 새집을 샀다. 중도금 꾸역꾸역 메꾸고 들어가 이제 막 발 좀 뻗어 보려는데 이렇게 됐다고 그중 말 많은 사람이 읊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의견 표현할 수 있게 된 건 정말 큰 변화 같다고 거기 옆을 지나던 사람들이 말했다. 정치하는 사람들 선거철 굳은 약속 안 지키는 건 변함없다고, 왜 항상 노동자들만 잘려 나가야 하느냐고 길에 앉은 사람들이 외쳤다. 조선의 궁궐 담벼락 따라 다시 행진했다. 하루 멀다고 솟은 온갖 천막농성장을 지나 번데기 모양 이부자리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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