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DGB대구은행장에 이어 지주 회장까지 사퇴했다.

29일 금융노조 대구은행지부(위원장 김정원)에 따르면 박인규 회장은 이날 오후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지주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은행장 사임 의사만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박 회장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주주 및 고객,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가 끝난 뒤 김정원 위원장을 만나 사임 사실을 전달했다.

박 회장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고객 사은품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3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중 1억여원은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자금 일부가 지역 정치인들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도 있다.

대구은행은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채용비리 3건이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전·현직 인사 담당자 4명이 입건됐는데 박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부는 이날 오후 대구은행 본점 로비에서 개최하려던 박 회장 사퇴 촉구 촛불집회를 취소했다. 지부 관계자는 "박 회장 사퇴는 뒤늦은 감이 있다"며 "대구은행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조도 감시자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다음달 2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후임 회장 선임 일정을 논의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