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자금줄을 막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노총이 2015년 4월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하고, 2016년 1월 노사정위를 탈퇴하자 박근혜 정부는 국고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며 재정압박을 가했다. 한국노총은 “밝혀진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검찰과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노동계를 죽이려 했다”고 반발하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 노사정위 탈퇴하자 국고보조금 32억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급감=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관련 외압 및 국정원의 고용보험자료 제공 요청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혁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2015~2016년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이라는 비선기구를 통해 청와대 노동시장개혁TF회의(BH회의) 자료를 작성하고 결정사항을 집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4월 한국노총이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위한 노사정위 협상 결렬을 선언하자 노사정위 복귀전략을 수립했다.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국노총을 상대로 ‘국고보조금 전략적 활용’을 지시하고 재정압박을 통한 노사정위 복귀를 꾀했다.

결국 2015년 6월로 예정됐던 노동단체 지원사업 2차 국고보조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8월 말 노사정위에 복귀하자 9월17일에야 비로소 지급됐다. 2016년 1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하자 정부는 그해 노동단체 지원대상에서 제외해 버렸다. 같은해 하반기 노동단체 지원사업 재심사를 거쳐 법률상담구조사업 일부만 지원했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2015년 9월9일)에서 “한국노총이 4월 노사정위를 탈퇴(합의 결렬 선언)함에 따라 한국노총 국고보조사업 예산지원을 보류한 바 있(다)”며 “고용복지수석은 보조금 지급 여부 문제를 점검하고 노동개혁에 대한 한국노총의 태도·입장·전망 등을 봐 가며 이를 전략적 수단으로 잘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노동단체 지원사업은 노조나 산별연맹·총연맹이 하는 법률상담·교육·연구 같은 사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노총은 2013년 24억원, 2014년 27억7천만원, 2015년 32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2016년에는 2억5천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국고보조금 중단으로 한국노총은 지역 노동교육상담소 운영은 물론이고 상담사 월급을 겨우 지급했다. 중앙교육원 리모델링 사업은 중단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정부가 비선조직을 만들어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국정원과 검찰을 동원해 온갖 위법·부당한 조치를 취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재벌대기업이 선호하는 노동개악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범죄행위에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기권 전 장관 포함 노동부 핵심간부들 빠져=한국노총은 이날 밝혀진 국고보조금 지급 중단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한다. 상황실은 2015년 8월17일 작성한 ‘한국노총 노사정위 미복귀시 대응방안’ 문건에서 "당·정·청이 나서 한국노총을 압박하라"고 밝혔다. 경제단체 명의로 한국노총 복귀 촉구 성명 발표를 주문하고, 청년단체를 통한 압박방안도 담았다.

실제 2016년 1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하자 청년·대학생단체로 구성된 노동개혁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한국노총 앞에서 노사정 대타협 파탄 선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를 맡고 있던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도 참석했다. 청년단체들은 김동만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편 반대 1인 시위를 하자 맞불 1인 시위를 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화 결렬 선언 후 한국노총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고 검찰과 국정원을 동원해 노동계를 죽이려 했다”고 증언했다. 김동만 전 위원장은 지난해 2월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노사정 대화 결렬을 선언한 다음날부터 사정대상에 오른 것 같다”며 “일부 산별 대표자들도 사찰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노사정위 논의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산별대표자들이 어디서 뭘 했는지, 임금은 어느 정도 받는지 청와대에 보고됐다”며 “청와대와 국정원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몸을 낮춰라’거나 ‘말 조심하라’는 식의 압박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나팔수 역할을 하고 노동탄압에 앞장선 이기권 전 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이 빠진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위법·부당조치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가담한 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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