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7.19 목 08:00
상단여백
HOME 피플ㆍ라이프 인터뷰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전태일 나눔·연대 정신, 우분투 프로젝트로 계승하겠다"
   
▲ 정기훈 기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겠다는 노동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 인센티브를 자발적으로 반납해 공공상생연대기금을 출범시켰다. 금융권 노사는 사회공헌기금 700억원을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찾고 있다. 금융노조는 주 4일제(주 32시간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건의료노조는 2007년 임금인상분 일부를 출연해 만든 재원으로 비정규직 2천4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사무금융노조(위원장 김현정)가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 노조는 지난달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사회연대기금 조성' 한 가지 주제로 산별교섭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는 사용자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금융산업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연대기금을 조성해 비정규직 사업에 활용하자고 제안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우분투(Ubuntu) 프로젝트다. 우분투는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코사족의 언어로,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김현정(49·사진) 위원장은 "정규직인 전태일이 비정규직 여공에게 자기 차비를 아껴 가며 풀빵을 나눴던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구현하고 싶다"며 "직장내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산별노조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28일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사업계획을 대내외에 공식화한다. 다음달 초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들에게 산별교섭 동참을 요구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사회연대기금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김현정 위원장을 지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산별노조는 사회적 책무 다해야 … 임단협 투쟁으로 축소 안 돼"

- 노조가 2011년 출범한 뒤 조직을 확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14년 1월 당시 33개 지부에 조합원 1만6천명이 조직돼 있었다. 올해 3월 기준 80개 지부 4만명으로 늘었다.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조합원이 대폭 늘어났다. 같은 시기 2금융권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심하게 추진됐다. 노조가 구조조정 투쟁 경험이 많고 업계 노동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조직을 신설하거나, 상급단체가 없었는데 가입하거나, 개별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자들에게 상급단체는 일종의 보험이다. 어디에 가입해야 든든한 우산이 될지 판단했을 거다. 규모 있는 2금융권 업체 중에서 노조가 없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조직확대 대상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을 확대하고 강화하려면 노조를 산별노조답게 만들어야 한다. 산별노조는 일상적인 교섭이나 임금·단체협상 투쟁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이슈를 선점해 주도해 나가야 한다."

- 올해 사업계획에서 직장 민주주의와 불평등 양극화 해소·헌법 개정·지방선거 대응 같은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서는 과제가 눈길을 끈다.

"사무금융노조는 1987년 6월 항쟁 정신을 계승한 조직이라고 자부한다. 30년 전 우리는 대통령 직선제를 달성하기 위해 호헌철폐 독재타도 투쟁을 하며 역사의 전면에 나섰다. 촛불혁명으로 무도한 정권을 끌어내린 시점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노조 내부에서 고민한 끝에 직장내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전태일 정신도 계승하려 한다. 진짜 전태일 정신은 정규직인 전태일이 비정규직 여공에게 자기 차비를 아껴 가며 풀빵을 나눴던 나눔과 연대다. 전태일을 노조 밖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2020년이 서거 50주년이다. 전태일과 당당하게 마주하기 위해 3년을 쉼 없이 달리겠다."

"공공성 확보, 직장 민주주의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해야"

- 노조가 생각하는 직장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노동자가 행복하려면 일터에서 노동이 즐거워야 한다. 이는 노동자 경영참여를 통해 가능하다. 회사 취업규칙이나 회사 규정에서 성차별을 명문화하거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개정하려고 한다. 실태조사 중인데 생각보다 많은 기업에 이 같은 전근대적인 발자국이 남아 있다. 노동자 권리를 회사 정관에 반영시키는 투쟁을 하고, 궁극적으로 교섭이나 제도개선을 통해 노동자 경영참여를 현실화할 것이다."

-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금융수장의 말을 듣고 씁쓸했다. 노조에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지부가 있다. 이곳은 서울시 정책에 따라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금융기관은 고객 재산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 촛불혁명 이후 돈벌이만을 위해 리스크가 적은 곳에 대출해 돈을 버는 금융에서 한계기업이나 개인 자활을 돕는 금융으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금융기관에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 KB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에서 회장이 자기 사람들을 이사로 선임한 뒤 그들을 동원해 셀프연임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노조는 자본주의 일탈을 방지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노조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노조 경영참여가 대표적이다. 많은 나라에서 일반화돼 있고, 서울시도 도입하는 마당에 금융기관은 왜 안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공성과 안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부문에서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할 정책이다."

- 노조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간 노조들은 정부와 기업에게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수용하지 않으면 비판했고, 투쟁도 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더욱 심화하고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조합원 이익을 대변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한 측면이 있다.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모든 노동자가 불행해지는 시대가 왔다. 노조가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가 그토록 요구했던 최저임금 1만원과 일자리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가 주체로 나서지 않으면 정부에 끌려가게 된다. 이러다 노조가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다.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 시각은 우호적이지 않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노조활동을 통해 노조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가야 한다."

"재단 설립해 비정규직·일자리 문제 해법 찾겠다"

- 노조의 구상은 무엇인가.

"사회연대기금을 만들기로 결의했다. 불평등 양극화 해소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자고 사용자들에게 제안할 것이다. 산별교섭 형태의 교섭을 추진한다. 사용자들도 국민 재산으로 사업을 하는 집단으로서 사회 문제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노조 요구에 화답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금 조성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얼마나 걷힐지 예상할 수 없다. 그 재원만으로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사무금융 노동자들은 87년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정치 민주주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번에도 우리의 역할은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성공하면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특위에서 금융권 노동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여성관리자 실태조사를 했고 비정규직 실태조사, 임금 실태조사를 계속할 것이다. 금융권 비정규직과 차별 문제가 적나라해지면 사회연대기금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지 않겠나. 사용자와 노동자가 출연해 만든 기금으로 재단을 만들려고 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연구사업과 장학사업을 할 수 있다. 금융권은 조기퇴직이 잦다. 퇴직자들에게 새 일자리를 주는 일, 협동조합을 꾸리는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용자들은 산별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이 있는데.

"대의원대회에서 사업을 결정했지만 조합원들이 받아들이는 수위는 다를 수 있다. 노동자가 먼저 주머니를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 결속을 충분히 다진 다음 사측을 만날 생각이다. 노조 중앙과 지부가 직접 사용자들을 만나 설득할 것이다. 그래도 산별교섭에 동참하지 않으면 노조는 주어진 행동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사회연대기금은 노조의 임단투 방침이다. 사용자가 수용하지 않으면 선택지는 압박밖에 없다. 정부와 언론도 일정한 역할을 해 줘야 한다.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는 비단 금융업에 국한한 이슈가 아니다. 사용자 책임이 크다는 점을 공론화시켜 해결에 앞장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산별교섭 틀이 갖춰진다면 사회임금전략을 포함해 노조가 주도하는 이슈를 노사정 대화로 가져갈 수 있다. 사회적 대화로 양극화 해소방안을 찾고, 근본적 틀을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정남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