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대명제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할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노동계와 재계 주장이 갈렸다. 20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한국사회학회가 '노동존중 사회 : 21세기 한국의 노동과 사회발전'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와 노동계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노동존중 사회를 조건으로 △양질의 일자리·고용안정 △노동시장 차별·격차 해소 △사업장 내 공동결정 체제 확립 △노조 조직률 제고 △산별교섭 체계 확립을 제시했다. 반면 재계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업 규제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공언했다. 사회적 대화로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참여 주체 간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지 주목된다.

"양적 경제성장 넘어 질적 사회성장 필요"

신광영 사회학회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에스타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노동존중 사회는 양적인 '경제성장'을 넘어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는 '사회성장'을 이루기 위해 한국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며 "노동존중 사회야말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무한 시장경쟁, 승자독식, 각자도생의 분열적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광영 회장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 과제로 △양질의 일자리와 고용안정 보장 △노동시장 차별·격차 해소 △사회적 시민권 보장 △노동참여의 노사관계 거버넌스 구축 등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한국 노동시장의 초단기 근속기간과 높은 비정규직 고용비율은 근로빈곤층 증가와 임금불평등의 원인"이라며 "상시지속 일자리는 정규직 직접고용을 확대하고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최저임금 현실화, 성장에 상응하는 임금인상, 노조 조직률 제고, 단체협약 효력 확장, 여성 고용률 높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그동안 노동이 자기 권리와 이해관계를 제대로 주장하고 대변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면 지금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기업·산별·정부정책에서 노동이 배제된 결과 여러 갈등비용을 치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동존중 사회는 중층적 거버넌스가 구축된 사회"라며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단기 과제로 미조직 취약노동자의 노조 가입 확대 지원을, 중장기 과제로 한국형 경영참가 제도화와 산별교섭 안정화를 제시했다.

노동계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게 급선무"라며 "노조할 권리 보장은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란 말이 시혜적인 느낌을 준다"며 "정부는 노동문제를 노조와 함께 풀어 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보호 개선해 노동시장 진입 길 열어야"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양극화 해소,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노동존중 사회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노동시장 밖에 있는 분들이 원활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게 진정한 노동존중"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노동존중 사회 실현 논의가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논의되고 있는데, 노동시장 밖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노동시장 내에서의 이동·퇴출·진입이 선순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차별·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개혁과 연공서열식 임금, 생산성과 비례하지 않은 보상처럼 과보호된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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