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요양보호사 임금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임금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합니다.”(요양보호사 김순심씨)

“성희롱과 성추행을 참으며 일해요. 제도적으로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입니다.”(요양보호사 홍승희씨)

“일자리가 언제 없어질 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일하는 요양보호사에게 질 좋은 요양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요양보호사 전병조씨)

요양보호사들이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성희롱·성추행에 노출된 열악한 노동환경을 증언하려고 국회를 찾았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법 위반 행위를 제재할 권한이 있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에 전담창구를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위법행위 책임을 요양보호사들이 떠안아 왔다고 증언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만연해도 제재 없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담사례로 본 요양노동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요양보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상희·남윤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이정미 정의당 의원,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가 주최했다.

종합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이근정 공인노무사는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노동상담 사례 443건을 분석해 발표했다. 443건 가운데 노동조건과 관련한 상담이 288건으로 64.6%를 차지했다. 최저임금 위반이나 연차수당 미지급 같은 체불임금 문제가 102건, 부당해고가 71건, 퇴직금이 46건, 실업이 39건, 근무시간이 28건이었다. 이어 이용자(고객)들의 부당한 업무지시로 인한 고충 상담이 34건(7.7%)이었다. 재가요양의 경우 이용자나 이용자 가족이 요양업무가 아니라 빨래나 집청소 같은 다른 업무를 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은 수급자가 가족을 위한 행위나 가족의 생업 지원 행위를 요구하거나 요양보호사가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근정 노무사는 “임금체불과 휴업수당 미지급 같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만연하지만 법을 지키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관행이 형성됐다”며 “기관에서 부당한 업무를 제재해야 하지만 이용자 유치를 위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노무사는 “노동부와 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제도개선에 나서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고시를 개정하고 장기요양기관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행 수가로는 요양노동자 보호 어려워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 지급근거를 삭제한 것과 관련한 비판도 쏟아졌다. 정부는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를 노인요양보험 수가에 합쳐 요양기관에 일괄지급하도록 했다. 요양보호사들은 사실상 처우개선비 삭감이라고 받아들인다. 처우개선비는 시간당 625원, 월 최대 10만원이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복지부는 처우개선비를 수가에 반영하지 않지만 기관은 지급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고시를 변경했다”며 “기관을 앞세워 정부가 비겁한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변호사는 “이용자에 의한 성희롱·성추행 문제도, ‘성추행이 발생하면 유급휴가를 부여한다’는 법이 있지만 수가에는 유급휴가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현행 수가제도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복 공공운수노조 재가요양지부장은 “장기요양제도 10년은 요양보호사의 희생으로 이뤘다”며 “이제 참고 일하는 건 그만하고 법부터 지키고 나쁜 제도를 바꾸라고 우리가 직접 목소리를 내자”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지침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 상담 사례집에 실린 내용을 사업장 근로감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