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여성정책개발원 행정직원이 직장 상사의 폭언에 시달리다 직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런데 정책개발원이 가해자에게 어떤 조치도 하지 않자 노조가 반발했다. 공공연구노조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지부는 19일 “직장내 위력행사로 직원이 혼절해 병원에 이송됐지만 기관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가해자를 징계하고 공개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가장 약한 행정팀 직원에 위력 가해

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은 여성가족부에서 충남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를 수탁해 운영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센터 외부 컨설턴트의 컨설팅수당 700여만원이 지급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원장은 센터장과 전담연구원, 행정직원 A씨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 A씨는 잘못한 일이 없다며 경위서 작성을 거부했다. 지부는 “그때부터 센터장과 전담연구원의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이들은 A씨에게 경위서 거부는 명령 불복종에 해당하고 더 큰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회유와 협박을 수차례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이들에게 폭언을 당한 A씨는 발작과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지부는 해당 사건을 ‘직장내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원장-센터장-전담연구원-행정팀 직원'으로 이어지는 직장내 위계 관계에서 가장 힘이 약한 행정팀 직원에게 위력이 가해진 전형적인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지부는 개발원에 센터장 보직해임과 가해자 징계,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수차례 원장과 면담을 진행하며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개발원쪽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이달 16일 지부에 공문을 보내 “3월20~23일 중 인사위원회 개최 및 추후 개최 결과에 대한 통보 예정”이라고 답변했을 뿐이다. 지부 관계자는 “성평등 가치 실현을 위한 공공기관인 개발원은 직장내 권력관계에서 약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우선해야 한다”며 “면피성 인사위원회가 아닌 가해자 징계와 피해 노동자 치료와 원만한 직장 생활을 위해 개발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관 비정상적 운영, 바로잡아 달라”

지부는 이날 여성가족부 장관과 충남도 감사위원장에게 감사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성별센터장·전담연구원의 권한남용과 직장내 괴롭힘과 회계질서 문란을 포함한 센터운영 전반을 감사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번 사태 원인이 된 지난해 외부 컨설팅수당 미지급은 개발원 회계처리 방식에서 비롯됐다. 개발원에서 외부용역을 줄 때 용역금액의 10%를 '내부 여입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중간에 전담연구원이 교체되면서 적립해야 할 여입금이 사업운영비에 사용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지만 외부 컨설턴트의 컨설팅수당을 주지 않고 내부 여입금을 채우는 방식으로 봉합했다. 지부 관계자는 “약자인 외부 컨설턴트 임금을 이용해 실수를 덮으려 한 것”이라며 “기관의 또 다른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지부는 “충남도와 여가부가 사건의 발단이 된 기관의 비정상적인 운영에 대해 감사를 해야 한다”며 “감사로 개발원이 공공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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