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교섭의 구성·운영에 대해 얼추 협의가 된 듯한데, 참가범위에 논란이 있단다. 기존 노·사·정만으로 하자는 게 재계 입장이란다. 사·정관계 역학상 재계가 범위를 넓히는 대의에 마냥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빠른 결단을 기대한다.

이제부터 양대 노총에서는 사회적 교섭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구상이 본격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제안한다.

첫째, 사회적 교섭에 대한 담대한 기획이 필요하다. 목표부터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최상의 목표는 당연히 극단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노동분단을 해소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 근간을 바꿔야 한다. 그걸 관철하기 위한 대안은 실효성 있는 큰 정책이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사회복지 대폭 강화, 국민연금 등의 운영권을 노·사·정이 균등하게 나누는 겐트시스템, 노동자 경영참여,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시간당 임금을 더 받는 비정규직수당 등을 과감하게 내놓아야 한다.

나열한 대안에서 하나만 설명할까 한다. 노조할 권리를 얘기한다. 삼성재벌까지도 노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방안이 있다. 이재용 경영승계에서 핵심역할을 한 게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 운용에 노조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상상해 보자. 그것만큼 노조할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뭐가 있단 말인가.

정리해고라는 엄청난 것을 내주고 자잘한 것만 받아 왔다가 홍역을 치른 1기 노사정위원회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반드시 실효성 있는 큰 대안을 세우고 작은 것을 붙여야 한다. 어차피 안 될 거라며 지레 기죽은 요구안을 들고 들어가는 순간, 해 보나 마나 결론은 노동계 파탄으로 끝날 것이다.

1기 노사정위 관련 야사다. 국가부도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아야 했던 당시 김대중 정부는 어떻게든 정리해고를 합의해야 했다. 금융지원의 전제조건이었단다. 정부 일각에선 만약 민주노총이 겐트시스템을 요구하면 어떡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단다. 그러다 민주노총 안을 보고 만세를 불렀단다. 전부 들어주자고 했단다. 1년 전에 전해 들은 야사다. 노동운동 수준이 너무 한심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담대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대폭 증세는 말할 것도 없고, 필요하면 양극화 완화와 노동분단 해소를 위한 사회기금을 먼저 결의할 수 있어야 한다. 양대 노총은 주력 조합원이기도 한 상위 10% 노동자의 사회적 책임을 거부하면 안 된다. 지난해에는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가 사회연대기금 및 임금연대를 던지며 물꼬를 텄다. 올해는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지부에서 하후상박 임금연대 총대를 메며 물길을 열었다. 양대 노총에서 사회연대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극단의 양극화와 노동분단으로 혜택을 본 집단이 사회적 책임을 더 많이 나누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단 말인가. 눈치 볼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둘째, 담대한 교섭에는 담대한 투쟁계획이 붙어야 한다. 박근혜 사건으로 재벌이 눈치 보고 있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유한국당은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을 대상으로 담대한 투쟁이 필요하다. 하반기 어느 때, 민주노총 80만 조합원과 한국노총 90만 조합원이 각각 또는 동시에 1시간이건 2시간이건 공동행동을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총회든, 교육시간이든, 조퇴든, 파업이든, 각 사업장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모두 참여하는 것이다. 또 어느 날, 양대 노총 조합원 30만명이 함께 여의도를 메우는 것이다. 미조직 노동자와 불안정 청년과 시민사회도 함께하는 그런 투쟁 말이다. 양대 노총이 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셋째, 당장의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걸림돌이다. 민주노총은 혼란에 빠지고 신임 집행부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이미 그렇게 흘러가는 조짐이 보인다. 이 문제도 담대하게 풀어야 한다. 국회 논의로 처리하면 안 된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돼도 양대 노총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항의·규탄밖에 없을 거다. 국회로 넘어간 공을 다시 받아와야 한다. 그리고 양대 노총은 교섭에 책임 있게 임해야 한다. 산입범위에서 축소되는 몫을 최소화하고, 임금체계 자체의 혁명적 전환으로 연결하고, 1만원 달성이라는 목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밑바닥 노동자에게 절박한 요구는 최저임금 1만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020년 1만원 달성이라는 목표가 무너질 수 있다. 그리돼도 양대 노총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항의·규탄 말고 뭐가 있던가. 고작 그것에 그칠 것이면서, 산입범위에서 더 많이 뺏기고 1만원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는 그런 운동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넷째, 양대 노총은 소속 제조산별과 함께 '제조4.0'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조선소와 한국지엠 등 구조조정으로 숱한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노동은 배제되고 들러리로 취급받고 있다. 노동존중을 향해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당장의 구조조정에서 사회적 대화를 만들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양대 노총이 배수의 진을 치고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인데, 왜 잠잠한지 답답하다.

끝으로 정부에 또다시 제안한다. 시급히 제조4.0을 가동해야 한다. 노사가 심하게 고통받는 당장의 구조조정 문제에서 사회적 대화를 고민하지 않는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심상찮다. 제조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놓고 제조산업 노·사·정으로 구성되는 제조4.0을 정부가 시급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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