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내담자가 1년 동안 못 받은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한 적이 있었는데 1천200만원이 나왔어요. 헛웃음이 나올 일이죠. 그런데 문제는 노조가 없는 청년들 일터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이에요.”

김병철(24·사진)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지난해 노조 노동상담팀장을 하던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는 지난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노동법이라도 지켜 달라는 것이 청년들의 요구사항”이라며 “임기 동안 청년들의 일터에서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임기를 시작했다. 같은달 12~18일 진행된 임원선거에서 김영민 사무처장 후보와 함께 단독으로 입후보해 투표자 91.6%의 지지를 얻어 당선했다. 임기는 2년이다.

“취업률 높이기 급급한 정부 정책 아쉽다”

“청년 당사자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봐야 해요.”

김 위원장은 청년일자리 정책에서 필요한 것은 ‘청년 당사자 관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대 중후반에 무작정 ‘나홀로 서울살이’를 했다. 택배 상·하차원부터 텔레마케터·명절 특산물 판매원까지 10여개 알바를 전전했다. 미용실에서 스태프로 일할 땐 주 60시간 일하고 월급 80만원을 받았다. 서울에서 월세 내면서 먹고살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지금도 마이너스통장을 쓴다는 김 위원장은 “집 문제가 제일 걱정”이라며 “지금이야 어떻게든 살지만 미래에 안정적인 집을 구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막막하고 자포자기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경험이 청년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정부 정책에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다양한 층위에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일자리 정책’이 아쉽다고 했다. 정부 대책에는 재정을 투입해 청년과 중소기업에 직접지원 규모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취업률 높이기에 급급한 데다, 청년 당사자 관점이 빠져 있다”며 “청년들이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취직하고도 이직하는 다양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임금인상만이 아니다”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수평적·민주적 기업문화, 자기계발이 적절히 이뤄질 수 있는 근무환경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청년여성이 겪는 채용 과정의 성차별·직장내 인권침해 대응 △무제한 야근을 비롯한 사무직 청년노동자의 불합리한 근로관행 개선 △프리랜서 노동조건 개선 △제조업·서비스업 노동권익 개선 △드라마·방송 제작현장의 노동 현안 대응과 법·제도 개선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청년유니온 활동가들에게 좋은 일터 만들어야”

김병철 위원장은 청년유니온 출범 첫해인 2010년 조합원이 됐다. 나홀로 서울살이에 지쳐 갈 때였다. 선배들(창립멤버들)이 좋아 처음 발을 들였는데 어느새 위원장까지 됐다. 김 위원장은 “서울에 와서 입학한 대안학교 선생님이던 ‘민수형’(김민수 전 위원장)을 따라 모임에 참석했다가 ‘낚여서’ 8년째 활동하고 있다”며 “청년유니온은 내가 진솔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동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0년 1기 10대팀장, 2013년 2기 조직팀장, 2017년 4기 노동상담팀장을 지냈다.

초창기에 비하면 청년유니온은 규모도, 사회적 영향력도 커졌다. 그는 “기성노조(양대 노총)도 예전보다 청년유니온을 청년을 대표하는 노조로 인정하는 것 같다”며 “며칠 전에는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나 두 노조가 시너지를 낼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청년유니온은 어떤 면에선 아직 실험하는 조직이기도 해서 단체 존립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압박감이 있다”며 “단체가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심적 절박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청년유니온을 내부 활동가에게 좋은 일터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조직 자원이 부족해 워라밸과 임금부문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힘들면 힘들다고 동료끼리 서로 기댈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편으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이런 공동체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의 문제인식을 넘어 이 시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그릇, 겸손한 리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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