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사형제 폐지와 대체복무제 도입을 비롯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97개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제노동기구(ILO) 4대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서는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도 "입법 노력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18일 참여연대를 포함한 77개 인권·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유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에서 나온 218개 권고 중 121개를 수용하고 97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간으로 15일 열린 37차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 최종 입장을 전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4년6개월을 주기로 UPR을 한다. 2008~2011년 1차 회기, 2012~2016년 2차 회기 UPR을 했다. 지난해부터 3차 회기(2017~2021년)에 들어갔는데, 1·2차 회기에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권고한 사항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부가 "사회적 합의 부족"을 이유로 성소수자 인권 관련 23개 권고를 모두 불수용(noted)하면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인권은 합의 대상이 아니며 정치적 선언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기본적 권리"라며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소수자 인권보호를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정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낙태죄 폐지, 명예훼손죄 비범죄화 권고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인종차별 금지, 국가인권위원 선정 투명성과 위원 독립성 보장, 집회·시위 자유 권리 보장 관련 권고는 수용할 뜻을 밝혔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ILO 4대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서는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도 "심도 있는 논의와 구체적인 입법 노력이 이뤄진 후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한국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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