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임한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동생·조카가 KEB하나은행과 자회사에 채용된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김 회장 3연임 강행 과정에서 불거진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지주회사에 부담을 주는 형국이다.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금융 을지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태 회장 조카는 하나은행에, 친동생은 관계사인 두레시닝에서 일하고 있다"며 "검찰이 채용비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김 회장 조카는 2004년 하나은행 계약직으로 입사해 이듬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의 동생은 2006년 하나은행 자회사인 두레시닝 부산사업소에 입사해 정년이 지난 지금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공동투쟁본부는 "검찰은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김 회장 가족들이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와 관계사에 입사한 과정을 기간 제한을 두지 말고 수사해야 한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기 전에 조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는 23일 열린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할 때 지인 아들을 추천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표를 수리했다.

금융당국은 폭로 진원지로 하나금융지주를 의심하고 있다. 금융노조 KEB하나금융지부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올해 초 금감원이 채용비리 조사를 시작하자 2013년 채용비리 자료는 모두 삭제됐다고 발표했는데 이번 최 원장 사태를 보면 관련 자료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민간회사라는 이유로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을 방관해 혼란이 불거졌다"고 비판했다.

하나금융측은 "김 회장 조카는 공채를 거쳐 전담텔러직으로 입행했으며, 채용 과정에서 추천은 없었다"며 "동생도 배송원으로 입사한 뒤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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