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농협 주아무개씨가 작성한 ‘자리이석 및 외출기록부’. 화장실 사용시간 등이 기재돼 있고 ‘과장-상무-전무’ 결재를 받은 기록이 있다.
"저는 지금 대기발령 상태입니다. 조합장의 눈 밖에 나면서 표적감사를 받아 지난해 11월23일 그 어떠한 소명기회도 얻지 못한 채 징계처분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한 달간 매일 반성문을 쓰고, 심지어 화장실을 가려면 사용시간을 모두 기록해 전무에게 결재를 받아야 했습니다."<사진 참조>

전남 ○○농협에서 일하는 주아무개씨는 "반성문도 오후 5시 이전에 쓰지 말라고 하고, 종이 아깝다고 한 장만 쓰라고 했다"며 "전화를 하면 누구와 통화했냐고 따져 묻고, 휴대전화를 보여 달라는 상식 이하 요구를 했다"고 토로했다.

주씨뿐만이 아니다. 같은 농협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씨는 "조합장이 18년간 집권하면서 본인이 지정하는 퇴비만 쓰도록 요구하고, 본인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직원들에게 특정정당 가입을 강요하거나 탄원서를 쓰도록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직원들은 조합장에게 찍힐까 봐 입당원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농협에서 직장내 갑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앞에서 '농협 갑질문화 근절 및 직장내 민주화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훈석 노조 광주전남본부장은 "농협은 조합장이 제왕적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어 직장내 갑질이 끊이지 않는다"며 "지역 단위농협에 감사권한이 있는 농협중앙회와 노조가 공동으로 비민주적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노조는 결의대회를 마치고 농협중앙회에 노사 공동 실태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농협중앙회 회원지원본부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농협은 조합감사위원회 차원에서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사 공동실태조사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책을 찾아보자"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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