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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이번엔 제대로 바꾸자 ④] 물질안전보건자료 공적관리 강화해야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부가 지난달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로 28년 만에 이뤄지는 전부개정이다.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장하고 사업주 책임을 강화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일각에서 전부개정안 내용이 미흡하다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들이 보완할 대목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화학물질의 성분과 함유량, 유해성과 위험성, 취급시 주의사항과 사고 대응방법 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일터 화학물질 안전보건의 기초라고도 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화학물질을 양도하거나 제공하는 자에게 이 자료를 만들어 제공할 의무를,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주에게 이 자료를 게시·교육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필요시 이들에게 자료를 제출하거나 변경하라고 명령할 수 있을 뿐 기본적으로 이 정보는 대상물질을 사고파는 사업주들 손에 맡겨져 있다. 대상물질을 직접 취급하는 노동자들 외에 이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접근권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때문에 산재 노동자들은 과거 사용물질 정보를 구하지 못해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안전사고나 환경오염을 염려하는 지역주민들이 그 공장에서 쓰는 화학물질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서는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 대상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자에게 이 자료를 정부에 제출할 의무를, 정부에게는 주요 사항을 공개하고 전산으로 관리할 의무를 부여했다. 화학물질 정보의 수집·보관·제공이 사업주 손에서 정부로 옮겨지는 것이다.

물질안전보건자료상 비공개 정보를 규율할 장치도 만들어진다. 현행법에서는 ‘영업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화학물질’이라면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식별 정보를 적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업비밀로서 보호할 가치’의 기준이나 판단 주체·절차가 없어 사업주 마음대로 정보를 숨길 수 있다는 문제가 컸다. 개정안에서는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성분명과 함량을 적지 않고 싶으면 ‘산업재해보상보험예방및심의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더라도 적절한 대체 정보를 기재하도록 했다.

이러한 제도 개편의 큰 방향은 바람직하다. 다만 다음의 몇 가지는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

첫째, 물질안전보건자료의 내용과 질에 대한 공적관리가 강화돼야 한다. 낡은 정보들이 업데이트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곤 하는 고질적 문제를 생각해 보자. 개정안에서는 물질안전보건자료 내용 변경시 작성주체(해당 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사업자)가 변경 내용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도록 하고는 있으나 어떤 경우에 내용을 변경해야 하는지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현행법 중에 노동부가 사업주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 변경을 명할 권한 조항을 없애다 보니 물질의 유해성과 위험성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자료에 반영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실해졌다. 정부가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하는 주체들에게 자료 변경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기재내용의 근거자료도 함께 제출받아 보관·검토·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비공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더 넓혀야 한다. 개정안에서는 비공개 승인을 받은 정보라 해도 특별한 경우에는 노동자를 치료하는 의사·보건관리자·산업보건의·근로자대표·역학조사기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요구해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나 산재를 신청한 피해 노동자들의 요구권은 없다. 현행법의 경우도 시행규칙에서 ‘해당 근로자’의 요구권을 언급하고 있을 뿐, 그 물질을 직접 취급하지 않더라도 사업장 내 간접 노출이나 사고로 인한 노출 가능성이 있는 다른 노동자들의 정보 요구권은 배제돼 있다. 비공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노동자에게는 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알권리를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보장하고, 그 권리를 반드시 제한해야만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비공개 정보 관리와 제공의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에서 언급한 의사·보건관리자·역학조사기관 등이 비공개 정보를 얻고자 할 때 사업주에게 요청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사업주가 해당 자료를 보관하지 않고 있거나 폐업 등으로 사업주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된다. 특히 과거 작업환경에 의한 직업병 산재신청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비공개 정보를 심의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예방및 심의위원회에서 심의에 사용한 자료를 책임 있게 보관하도록 하고, 요구권자들이 이 위원회에도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았던(사업주들의 임의에 맡겨 뒀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정부와 공적기구가 관리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비어 있던 운전석에 정부가 앉게 된 셈이다. 이 제도가 시대에 역행하지 않고 더 안전한 사회를 향해 노동자 건강과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바라보고 나아가도록 하려면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올바른 길잡이, 튼튼한 엔진과 바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공유정옥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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