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10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노동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은영 기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110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연대와 지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라”며 성희롱·성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와 여성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실현을 위한 성평등 개헌을 촉구했다.

학교비정규직 5명 중 1명 “성희롱·성폭력 겪어”

7일 한국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최한 ‘110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노동요구’ 기자회견에서 “110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는 2018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여성인권은 바닥을 칠 정도로 후퇴했다”며 “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회 고위권력층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한샘·현대카드 등 직장내 성희롱 사건과 올해 검찰·문화예술계·정치권을 가리지 않고 폭로되는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한국노총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며 “성희롱·성폭력 안전지대는 없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학교비정규직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희롱·성폭력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21.2%가 학교에서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 5명 중 1명꼴이다. 학교비정규 노동자 A씨는 “교장선생님이 조리실무사들에게 조리복이 아닌 비키니를 입히면 밥맛이 더 좋아지겠다고 했다”며 성희롱 사실을 폭로했다. 또 다른 학교비정규 노동자 B씨는 “팔과 어깨를 계속 만져서 항의했더니 ‘아줌마라서 괜찮을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며 “기분이 나빴다”고 증언했다.

매년 단기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성희롱·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응답자의 50%가 “불이익이나 주변 시선이 두려워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실제 특정학교에서는 성희롱 가해자인 장학사가 징계를 받지 않은 채 교장으로 발령을 받은 반면 문제를 제기한 비정규 노동자는 부당해고를 당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학교에 성폭력 상담창구가 없거나 학교비정규직에게 열려 있지 않다”며 “교육청과 학교에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를 충분히 신설하고 비정규직과 학생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연이어 터지는 성희롱·성폭력 범죄를 근절하는 초강수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가해자 엄정처벌은 물론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해 대기업에서 일어난 직장내 성희롱 사건과 현재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한국노총은 단호히 반대한다”며 “여성들의 행동을 지지하며 성희롱과 성폭력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천장 깨는 성평등 개헌 필요”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성평등 개헌으로 여성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노총은 “1997년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협약을 비준했지만 여성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개헌에서 구조화된 불평등을 제거하고 고용·임금·노동·복지 분야에서 실질적인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우리 사회 뿌리 깊은 성차별주의와 구조화된 차별은 아직 견고하다”며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겪는 불평등한 삶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성평등 실현을 위한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여성노동자의 저임금·고용불안은 처우 차별을 넘어 부당한 권력행위에 쉽게 노출되는 원인”이라며 “학교비정규직을 비롯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고용불안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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