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이른바 '태움'으로 불리는 병원업종 직장내 괴롭힘을 개선하기 위해 "세부방안을 마련해 노사자율 추진을 지원하겠다"고 5일 밝혔다. 노동부는 근로감독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김왕 근로기준정책관 주재로 병원업종 노사단체·전문가·관계부처와 간담회를 갖고 병원업종 직장내 괴롭힘 실태와 원인,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자살하면서 병원업종 태움 관행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날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해 병원업종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했던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는 "간호사는 업무 전문성에 비해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이직률이 높고, 업무과중으로 이어져 환자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간호사가 건강한 근무환경 속에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려면 임신순번제, 불합리한 처우, 불규칙적인 근무 같은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료산업노련도 비슷한 문제의식과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들이 태움 원인으로 공통적으로 지목한 것은 인력부족과 신규간호사들에 대한 짧은 교육기간, 수직적 조직문화다.

인력부족을 이유로 신규간호사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2~3개월 만에 업무에 투입된다. 잦은 실수는 태움으로 이어진다. 교육을 담당하는 간호사(프리셉터)는 자신의 업무를 하면서 신규간호사 교육까지 맡아야 한다. 업무과중으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이 또한 태움으로 직결된다. 수직적·권위적·폐쇄적인 조직문화는 '태움의 대물림'을 묵인하고 방조한다.

3개 노조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인력충원 △신규간호사 교육기간 연장·교육전담 간호사 배치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직장내 괴롭힘 예방·해결에 관한 사항 기재, 노사 동수로 '직장내 괴롭힘 조사단' 구성, 직장내 괴롭힘 예방교육 실시 같은 방안도 나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세부방안을 마련해 노사자율로 추진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사업을 통해 병원 스스로 노동관계법령을 준수하도록 지원·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근로감독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실시한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에 '직장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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