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 5개 발전사가 용역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을 속여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전환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 5사에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재구성하거나 다시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가이드라인 잘 모르는 노동자들 속여”

5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산자부는 최근 발전 5사에 “현재까지 진행된 노·사·전문가 협의체 구성·운영의 적절성에 대한 이해당사자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날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공문을 보면 산자부는 발전사에 8일까지 의견수렴 추진계획을, 이달 말까지 조치실적을 보고하라고 했다.

산자부가 감독에 나선 이유는 발전사들이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꼼수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한 발전사가 작성한 ‘노·사·전문가 협의체 진행계획’ 문건에 따르면 '전환 직종 협의 및 방식 설명' 항목에서 “자회사 방식의 장점을 제시하라”고 명시했다. 직접고용 방식으로 정규직화하면 노동자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공사 취업규칙대로 만 60세 정년을 적용하고, 임금피크제도(퇴직 전 2년간 급여 삭감)를 운영한다거나 공개채용 절차와 정년 때문에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이다. 반면 자회사 방식은 노동자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자회사는 별도 정년을 설정하고 임금피크제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채용 절차도 간소화해 기존 노동자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했다.

이는 거짓에 가깝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청소·경비 등 고령자 친화 직종에 해당하는 경우 기관이 별도 정년을 설정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별도 정년은 직접고용하더라도 설정할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5개 발전사 모두 이 같은 방식으로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이드라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발전사들이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자회사를 선택하도록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산자부, 민간정비 확대정책 포기해야"

민주노총과 민주일반연맹·공공운수노조·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올해 1~2월 두 차례 산자부와 고용노동부 담당자를 면담했다. 발전 5사 노·사·전문가 협의체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문제로 드러난 △청소·경비노동자 자회사 유도 △경상정비 노동자 정규직 전환 미포함 △회의자료 회수 △회의 결과 미공개를 지적했다.

산자부는 공문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 당사자 등 이해관계자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추진하라"고 명시했다. 협의체 운영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회의자료를 공개하고 산별노조(상급단체) 참여도 보장하라고 했다.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산자부가 정부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대로 절차를 지키려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전력 외주화 정책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발전 5사도 민영화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소규모로 발전사를 운영하고 불가피한 경우 자회사로 고용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영화는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발전 5사와 민간정비업체는 민간정비시장을 확대하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지난달 13일 개최하려다 노동계와 진보정당 반대로 포기했다. 노동계는 “정규직 전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한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가 민간경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국민 안전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5년간 발전 5사에서 정규직은 13명이 산업재해사고를 당했지만 같은 기간 비정규직은 336명이 산재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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