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8년 건설노조 안전기원제’에서 축문을 낭독한 뒤 소지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죽으려고 일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건설노동자들은 떨어져 죽고 물체에 맞아 죽고 장비에 끼여서 죽고 있습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5일 오후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연 ‘안전기원제·안전요구 쟁취 결의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도로에 앉은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행사장 앞쪽에는 ‘건설현장에서 죽기 싫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지난 2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에서는 추락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날은 건설노조가 안전기원주간을 시작한 날이다. 건설노조는 2일부터 9일까지를 안전기원주간으로 정해 안전기원제를 열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월17일에는 전남 영광의 한 다리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두 명이 철근더미에 깔려 숨졌다. 정부가 2022년까지 산재사망 사고를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연초부터 건설현장에서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지난해 한 해에만 464명의 건설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었고, 사망사고가 아닌 부상과 질병재해, 은폐된 재해는 그 몇 배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산재사망 사고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28년 만에 나온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노동 중심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지난해 정부는 타워크레인 조종석 안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며 “사고예방 효과도 없고 사고원인 파악에도 도움이 안 되는 사생활 침해뿐인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 달라”며 법·제도 개선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에는 △건설현장 중대재해 원청·발주처 책임 및 처벌 강화 △노동중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건설기계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구상권 폐지 △타워크레인 조종석 CCTV 설치 철회와 소형타워크레인 안전대책 마련 △전기원 노동자 산재사고 관련, 한국전력 처벌이 담겼다.

행사가 이어지는 동안 행사장 뒤편에는 지하도 입구 시설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여섯 명의 노동자들 중 누구도 안전모·안전화·안전벨트를 착용한 이는 없었다. “저기 좀 봐요. 여기서 안전을 기원하고 있는데, 저기서 저러고 있어요. 이게 현실이라니까요.” 한 건설노조 조합원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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