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피해자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이 문제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나왔습니다. 여성 동료들이 직장내 성희롱을 겪어도 회사에 제보를 못한다고 합니다. 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가해자를 비호하는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서울교통공사 성희롱 피해자 A(47)씨가 기자회견장에 나와 성희롱 사건 이후 겪은 고통을 증언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성의전화,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서울지하철노조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에 2차 가해 책임을 묻고 서울시에 특별감독을 요구했다.

2011년 가해자는 한밤중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성적 욕설을 퍼부었다. 가해자는 사건 이후 현재까지 A씨에게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당시 공사에 성희롱 관련 징계 조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가해자 징계는 감봉에 그쳤다.

그런데 공사측이 올해 초 가해자를 A씨가 근무하는 인근 역으로 발령하면서 A씨 고통이 다시 시작됐다. A씨는 “7년 전 일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며 “가해자와 같은 구내식당을 이용해야 하고 업무상 마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시달렸다”고 전했다.

A씨는 가해자를 다른 역으로 인사발령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사측은 거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공사는 그제야 가해자를 다른 곳으로 발령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측은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사 감사실이 최근 피해자 근무지를 찾아 사찰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피해자 아픔을 치유하기는커녕 감시하고 사찰한 서울교통공사의 태도는 피해자를 두 번, 세 번 짓밟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서울시에 서울교통공사 직장내 성희롱 사건 전수조사와 특별감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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