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명 제보자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ㅂ씨가 설 연휴에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ㅂ씨의 입사동료가 "병원측이 2주째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ㅂ씨 죽음은 ‘태움’보다는 구조적 근로환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자신을 ‘숨진 ㅂ씨의 입사동료’라고 밝힌 간호사 A씨가 지난달 28일 ‘고 ㅂ간호사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서울아산병원 인근 육교에 게시했다.

A씨는 “이 사건의 본질은 근로환경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진단했다. 돌보는 환자가 많아 업무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선배간호사가 업무에 미숙한 신규간호사와 함께 일하다 보면 부담이 가중돼 신규간호사의 작은 실수에도 혹독한 훈육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건 원인을 단편적으로 선배 간호사의 ‘태움’으로만 보기는 힘들다”며 “신규간호사와 경력간호사의 대립 구도로 접근할 문제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는 “서울아산병원이 사건 발생 14일이 지나도록 어떤 공식적인 입장이나 재발방지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병원은 ‘뇌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1만례 수술’ 같은 홍보성 기사를 보도하기 바쁘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들은 이전과 다를 것 없이 여전히 혹독한 교육하에 최대 16시간씩 근무를 하고 있다”며 “경력간호사들도 여전히 가중된 업무부담을 떠안고 일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서울아산병원에 신규간호사 자살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사회적 반향에도 정작 사건의 진원지인 우리 병원에서는 어떤 뚜렷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진정한 변화는 외부의 힘으로만 일으킬 수 없다”며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선생님들은 용기 내어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주문했다.

A씨는 이어 “서울아산병원의 간호혁신과 개선활동은 간호부 주도 활동을 각 부서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며 “근로환경에 대한 구조적 문제는 부서마다 특성과 업무가 달라 변화를 도모하기 어려운 만큼 간호부는 근본적 해결을 위해 다양한 연차의 간호사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경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간호업계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내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신규간호사 사이에서 ‘우리가 이렇게 조용히 있어도 되냐’며 죄책감을 호소하는 친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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