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1주일을 7일로 법에 명시하고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근기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2004년 7월 도입된 주 40시간제가 14년여 만에 온전하게 시행돼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가는 첫발을 떼게 된다. 다만 전체 임금노동자의 30%에 이르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노동자는 여전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68시간→52시간 … 118만3천명에 영향=근기법 개정안에는 '1주는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으로 1주일은 평일 5일로 정하고, 토·일요일은 법정근로시간 계산에서 제외하면서 최장 68시간 근로가 가능했던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했다. 주당 최장 노동시간은 현행법대로 52시간으로 줄었다. 다만 시행시기를 달리했다.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은 올해 7월1일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은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5인 이상 49인 이하 기업은 2021년 7월1일부터 적용된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사합의를 전제로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60시간 노동이 가능한 것이다. 특별연장근로 허용 시기는 2021년 7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로 제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주 52시간 시행에 영향을 받는 장시간 노동 노동자는 118만3천명이다.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가 58만명(49.1%)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50인 이상 99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는 18만명(15.2%), 10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는 24만명(20.5%),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18만명(15.3%)이다.

노동시간단축 효과는 어떨까.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2016년 월간 <노동사회>에 기고한 '노동시간단축 필요성과 의의'를 보면 현행법상 주 5일(40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아야 함에도 아직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는 365만명(전체 노동자의 18.9%)이다. 김 이사장은 주 5일 근무제가 적용되면, 이들의 노동시간은 주 3~4시간(연 156~208시간) 단축되고, 새로운 일자리 27만~37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민간기업도 관공서처럼 공휴일 15일 유급휴무=개정안은 또 민간기업도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공휴일에 유급으로 쉴 수 있게 했다.

현행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 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1월1일 △설·추석 연휴 3일 △부처님 오신 날 △기독 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유급으로 쉴 수 있지만 민간기업들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단협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공휴일을 휴일로 지정했다. 그 마저도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서나 가능했다. 중소·영세 사업장에서는 연차휴가를 사용해 공휴일에 쓰거나 연차휴가조차 제대로 못 쓰고 일한다.

2016년 기업체노동비용조사에서 공휴일 미적용 또는 일부 적용 비율을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8.9%에 불과했다. 반면 30~99인 사업장과 10~29인 사업장은 각각 28.3%, 27%의 노동자들이 공휴일에 쉬지 못했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민간기업에서도 관공서 휴일 15일을 유급으로 쉴 수 있게 됐다.

공휴일 유급휴일화도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30인 이상은 2021년 1월1일, 5인 이상 사업장은 2022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노동자들 간 휴일 양극화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는데 이번을 계기로 노동자 간 공평한 휴일을 향유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해묵은 갈등을 해결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노동계 입장에서는 중복할증이 불인정되면서 아쉬움이 있겠지만 5년간 끌어 왔던 노동시간단축 문제 해결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며 "노동시간단축을 수당을 많이 주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노동시간단축 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사각지대는 그대로=개정안에는 공휴일에 쉬지 못하거나 연차휴가를 활용하고 있는 불평등 해소 취지로 법정공휴일 유급화를 도입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이번에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5인 이상 기업에만 적용하는 근기법을 전체 노동자로 확대하는 논의는 이뤄지지도 못했다. 형평성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2016년 기준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는 570만5천551명이다. 전체 사업체종사자 2천125만9천243명의 26.9%를 차지한다. 10명 중 3명 가까이가 장시간 노동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을 확대하지 못한 데 대해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이 제외되면서 권리보호 장치가 없는 영세한 기업의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은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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