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버스 노동자 4만6천명 노동시간단축”
특례업종은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4시간마다 쉬도록 한 근기법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거친 근기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육상운송업(노선버스 제외)과 수상운송업·항공운수업·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보건업을 뺀 21개 업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된다.
특례업종 축소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다만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21개 업종 중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는 2019년 7월1일 노동시간단축이 시행된다. 특례조항이 유지되는 5개 업종은 올해 9월부터 노동자에게 연속 휴식시간을 최소 11시간 줘야 한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체 특례업종 종사 노동자 400만명 중 합의안대로 시행되면 300만명 이상이 무제한 노동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5개 업종을 남기긴 했지만 300만명에게 근기법을 적용받도록 법을 개정한 것은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6개 특례업종 종사 노동자 453만명 가운데 근기법 개정으로 341만명이 노동시간단축 효과를 보게 됐다. 유지되는 5개 특례업종 규모는 112만명이다. 운수업(육상·해상·항공·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56만290명과 보건업 55만5천890명이다. 지난해 여야가 잠정합의한 10개 업종 규모(184만명)보다 72만명 줄었다.
지난해 7월 오산버스 교통사고로 버스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사고 원인이 버스노동자 장시간 노동에 따른 졸음운전으로 밝혀지자 노선버스에 대한 특례업종 제외 목소리가 커졌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노선)버스노동자 7만6천명 중 1일 2교대 사업장 3만명을 제외한 4만6천명이 특례업종 축소로 노동시간단축 영향을 받게 됐다”며 “시내버스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자 삶은 물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공적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버스가 아직 특례업종에 포함돼 있지만 이번 여야 합의가 노동시간단축 실현 출발점을 마련했다고 본다”며 “남은 5개 직종에서도 노동시간단축을 실현하고 특례조항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병원, 장시간 노동 금지는 언제쯤…
인력부족과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병원은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가 그대로 유지된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는 저녁근무 당시 오후 1시에 출근해 다음달 새벽 5시에 퇴근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장시간 노동이 횡행하는 보건업을 특례업종 폐지대상에서 제외하고 계속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묶어 두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병원은 일상적인 연장근로가 관례화돼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노조가 실시한 보건의료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1인당 1일 평균 연장근로시간은 82.2분이다. 나 실장은 “병원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의료사고와 안전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병원을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존치하는 것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인력운영체계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지난해 여야 잠정합의 때보다 특례업종을 더 많이 축소한 만큼 노동시간단축 목표에 다가선 진전된 안이라는 평가다. 노동계 관계자는 “특례조항 전면폐지라는 노동계 원칙이 수용되지는 않았지만 노동시간단축이라는 큰 흐름으로 가기 위해 노동계가 요구했던 내용이 많이 반영됐다”며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 굴레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앞으로 전면적인 특례업종 폐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노동시간 특례업종 전면 폐지를 요구했는데 (환노위를 통과한) 근기법 개정안은 이러한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며 “남은 특례업종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조속한 폐지와 제도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