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국 시민안전센터 대표
▲ 박종국 시민안전센터 대표

건설현장이 점점 고층화·대형화·기계화되면서 수십미터 상공에서 작업을 하는 타워크레인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갑질 행위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한 보수언론은 “위험한 일에 대타 조종사를 보낸다”거나 “월급 외 매달 1천만원을 가져간다”며 ‘타워크레인 고공 갑질’이라고 비난한다. 건설업종 일각에서는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크레인 없이 건설공사를 원만하게 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면 딱히 대안도 없다. 크레인 조종 면허증을 소지하고 다년간 현장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타워크레인 관련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 더 이상 쉬쉬해서는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대부분 대기업 건설사 소속 중기사업소 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후 건설사들이 중기사업소를 아웃소싱하는 과정에서 수백개에 이르는 지금의 영세한 장비 임대업체들이 난립했다. 최근 안전사고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설·해체업무 또한 재하도급 형태가 됐다. 때문에 현재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90%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보통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신규 공사현장에 투입되면 최소 6개월, 길어야 14~15개월이면 계약이 종료된다. 계약이 끝나면 곧바로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대기하는 게 아니므로 4~6개월 이상을 실업자로 생활해야 한다.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되면 이마저도 기약이 없다.

건설업은 수주산업이다. 정해진 공사 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하여 수주경쟁에서 ‘공기 단축’은 지상과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공사현장은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지켜 가면서 돌아가지 않는다. 여기에 금품수수 등 거래가 오갈 수밖에 없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더 위험하고 불법적인 일, 초과 가동을 해 주면 최저가로 하도급을 받은 하청업체들은 훨씬 수월하게 공사를 하기 때문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은 ‘부분동작’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만약 원칙을 지키면 현장은 답답하고 작업속도는 더디게 진행된다. 작업 효율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는 부분동작보다는 빠른 편법작업을 해 주길 원한다. 현장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위험한 동작, 이를테면 ‘트로리 동작’ ‘스윙회전’ ‘권상권하 동작’을 동시에 해야만 한다.

건설현장에서는 위험한 작업공정에 대한 주의사항을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명시해 놓고 있다. 가령 대형 일체형거푸집(일명 갱폼) 양중작업을 할 경우 타워크레인과 고정 지지대에 고정하기 전에 외벽에 고정된 핀을 임의로 해지한 채 작업하면 절대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99% 공사현장에서는 공기 단축을 위해 고정 볼트를 ‘임의해지’한 상태에서 양중작업을 한다. 그 결과 초창기에는 외벽 갱폼 작업시 아파트 1개 동당 8~10명 노동자가 투입돼 일하던 것이 지금은 겨우 3~4명(주로 외국인팀) 정도가 투입돼 불법 물량도급 공사를 하고 있다. 만약 정상적인 안전조치를 한 뒤 작업을 하면 시공사는 최소 3~5개월 이상 공기를 더 늘려야 한다.

위험한 작업 환경을 만들어 놓고 하청 노동자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격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도 이런 작업이 불법작업인 줄 알면서도 공기를 맞추려는 현장 분위기를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오가는 금전 보상이 금품수수인지, 공정한 수당인지 하는 것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만 상식적이지 않게 너무 과하게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저가로 하도급 공사를 받은 하청업체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각 팀에 물량도급을 주며 속도전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원인은 발주처와 시공사가 제공하는데 피해는 비정규직 건설노동자들끼리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타워 조종사들도 무리한 장비가동으로 재해를 유발하면 형사처벌을 받고 수백만원의 벌금을 내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공기를 산정해야 하고, 시공업체에서 직접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건설사들은 법정노동시간 외의 장비가동 시간만큼 현실성 있는 ‘초과가동’에 따른 추가사용 임대료를 지급해야 한다. 만약 지금 발생하는 모든 것들을 불법으로 규정해 처벌한다면 앞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원칙대로 장비를 가동하게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공기지연과 적자공사로 이어질 것이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노동자 및 건설사, 더 나아가 소비자인 국민이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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