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조만간 18개 사업장 대상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직장 괴롭힘을 제재하는 근거법이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직장내 괴롭힘을 직접 규제하는 법이나 규정이 없는 탓이다.

신체 폭력이나 폭언 같은 괴롭힘은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될 수 있는 반면 경영전략 차원에서 이뤄지는 가학적 인사관리는 사용자 경영·인사권으로 포장되면서 구제조차 쉽지 않다.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이를 막을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노동법으로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2018년 동계학술대회'에서 "별도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직장 괴롭힘과 경영인사관리의 한계'를 발제한 양승엽 연세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직장 괴롭힘 입법안 형태를 크게 △행정지침 및 정책형(일본·독일) △산업안전보건 법제형(노르웨이) △별도 괴롭힘 금지법 제정형(스웨덴) △차별금지법과 괴롭힘 금지법 병행형(영국) △차별금지법상 규제형(미국)으로 소개했다. 양승엽 연구교수는 "직장 괴롭힘 문제 심각성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위반시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려면 스웨덴처럼 별도 특별법 체제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1993년 세계 최초로 직장 괴롭힘 조례(Victimization at Work Ordinance)를 제정했다.

그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현행 노동법 적용의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인격모독적 압박면접이나 합숙면접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구직자들은 근기법 적용대상이 아니라서 구제받지 못한다. 양 교수는 "직장괴롭힘에 대한 특별법은 인적 적용범위를 구직자와 근로자성이 논쟁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법 제정 전까지 노동법을 개정해 규제하는 방법도 있다. 근기법에 '괴롭힘편'을 만들어 직장내 성희롱과 직장 괴롭힘을 동시에 규제하는 것이다. 직장내 성희롱의 경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돼 있다. 성희롱이 동성 간에도 발생하는 괴롭힘이고 근로조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직장 괴롭힘'과 같이 근기법에 규정하자는 제안이다.

직장 괴롭힘 피해자 증명책임 완화도 주문했다. 그는 "직장 괴롭힘은 집단 대 개인의 관계라는 점에서 직장 괴롭힘 증거를 피해자가 수집하기 어렵다"며 "프랑스처럼 피해자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노동법은 피해자가 괴롭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사실만 제시하면, 가해자와 사용자가 그 사실이 괴롭힘과 관계없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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