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완 위원장. <택배연대노조>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사업자지만 사용자에게 매여 일하는 '근로자영자' 특수고용직. 노동계는 위장 자영업자인 특수고용직의 고용불안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를 개정해 노동자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택배연대노조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수차례 서류보완 끝에 지난해 11월3일 고용노동부에서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노조로 인정받은 지 100일이 지나는 사이 조합원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대리점 중 일부는 조합원이 많이 조직되자 폐업을 공고하거나, 일부 조합원을 찍어서 해고(계약해지)했다. 전국적으로 유사 사례가 불거지자 '배후에 원청 대기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태완(48·사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특수고용직 투쟁은 노조 설립이 끝이 아니라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며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가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노조사무실에서 했다

-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뒤 100일이 지났다. 이전과 이후를 평가한다면.

"노조활동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회사는 과거 시설관리권을 주장하며 노조 선전활동을 곳곳에서 막았다. 이제 노조활동을 막지 마라고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회사를 상대하는 데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됐다."

- 외연이 확대됐나.

"설립신고증을 받기 전 조합원이 400여명이었는데 지금은 1천명에 육박한다. 터미널별로 세워진 지회도 3개에서 11개로 늘었다. 택배업계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조직화사업을 하고 있다. 신생노조라 손이 많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

- 대리점 폐업공고와 조합원 해고사건이 눈에 띄는데.

"전국 대리점 세 곳에서 비슷한 사태가 불거졌다. 노조는 부분파업을 하며 대리점 사장과 맞섰다. 노조 설립 이전이었으면 조합원 모두가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렸을 텐데, 이젠 합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원청이 직영기사를 투입했지만 이들은 배송 지리에 익숙하지 않다.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려면 두세 배 인력이 필요한 만큼 노조 쟁의행위가 위력적이다. 예전처럼 수세적이거나 투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싸워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 대등한 노사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나.

"택배노동자와 계약하는 대리점 사장들은 원청 관리자 수준의 업무를 하는 바지사장에 불과하다. 대리점 사장하고만 대화해서는 임금·처우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조에 지레 겁을 먹거나, 노동자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아 원만한 노사관계 형성이 어렵다. 그래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대리점 사장 책임으로 대리점이 폐업하면 소속 택배노동자 고용은 누가 책임지나. 원청이 고용승계를 책임진다고 단체협약에 명시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원청이 대화에 나서도록 다양한 조치를 준비 중이다."

- 노조 설립 뒤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뜻으로 들린다.

"노조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사용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엄청나게 많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더라.(웃음) 결국 현장의 힘, 조직력이 중요하다. 이번 싸움에서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대리점 폐점과 해고 문제를 막지 못했을 것이다. 설립신고증이 있고, 외부단체가 도움을 주더라도 자기 힘과 역량 없이는 바꿔 나가기 힘들다. 특수고용직 노동 3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노동계도 이런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노조 설립은 끝이 아니다. 그 이후가 더 문제다."

- 노조법 2조 개정 요구 외에 특수고용직 문제가 부각되지 않는 듯하다.

"노조는 재벌과 싸우고 있다. 재벌이 특수고용직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교섭을 거부하고 사용자성을 부인한다. 설립신고증은 우여곡절 끝에 나왔지만 특수고용직의 노조할 권리는 재벌 문 앞에서 막혀 있다. 특수고용직 중 노조를 설립한 곳은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와 택배연대노조, 최근 공공운수노조에 설립된 택배노조 정도다. 이곳에서 불거지는 문제들을 단위사업장 사안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과 노동계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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