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사실상 내정한 회장 후보자를 회원사 반발로 선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회장 후보자를 찾지 못해 회장 선출이 늦어진 사례는 있지만 회원사 반대로 회장을 뽑지 못한 것은 1970년 경총 설립 이후 처음이다. 14년간 경총 상임부회장을 맡으면서 실세로 분류되는 김영배 상임부회장이 사임한 것도 눈에 띈다.

경총은 22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새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었다. 지난 19일 회장단회의에서 대구경총 회장인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을 주로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은 경총이 처음으로 중소기업 출신을 회장으로 내정한 셈이다. 경총은 그동안 회장단회의에서 의견을 모은 후보자를 회장전형위원회와 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선출했다.

경총은 그러나 이날 총회와 함께 열린 회장전형위원회에서 박상희 후보자를 회장으로 추대하지 않았다. 대기업 회원사들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노사정 대화에 나서기에는 박상희 회장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19일 회장단회의는 공식회의가 아니라 식사자리였을 뿐 박상희 회장이 내정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회장 선출에 실패한 것과 함께 2004년부터 상임부회장으로 일한 김영배 부회장이 이날 사임의사를 밝힌 것도 관심을 끈다. 김 부회장이 박상희 회장을 무리하게 추천해 회원사들과 갈등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동욱 본부장은 “상임부회장은 회장이 임명한다”며 “박병원 회장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김 부회장은 사임이 아니라 임기가 끝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차기 회장이 선출되더라도 김영배 부회장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총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다시 회장전형위원회를 열어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위해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경총 회장 선출이 늦어질 경우 대표자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