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점거농성을 이어 가고 있는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21일 졸업생과 함께 규탄 기자회견을 한 뒤 본관 앞을 나서고 있다. 정기훈 기자
“너희 학교는 학생들한테 청소시킨다며?”

연세대 졸업생인 조윤(29)씨가 최근 직장 동료에게 들은 말이다. 연세대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정년퇴직한 청소·경비노동자 31명의 자리를 충원하지 않거나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이후 두 달 가까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졸업생들이 나서 “학교가 부끄럽다”며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했다.

연세대 비정규 노동자를 지지하는 졸업생모임은 21일 오전 연세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교의 계획대로라면 몇 년 안에 연세대 모든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초박봉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이익을 위해 사람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이 최소한 대학에서만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졸업생 최하림(27)씨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길에 연세대만 역행하고 있다”며 “학적이 부끄럽지 않도록 학교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졸업생 김윤중(32)씨는 “학부생 시절 현재 총장인 김용학 교수의 사회학입문 수업을 수강하고 존경했다”며 “그런데 총장에 부임하더니 과거 다른 총장보다 악랄하게 학내 노동자를 탄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고려대와 홍익대가 부당해고와 인력감축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연세대가 응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분회장 이경자)는 지난달 16일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을 시작한 날 동문 570명은 "청소·경비노동자 퇴직인원을 제대로 채용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달 7일 연세대 행정·대외부총장은 동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학교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문 268명은 “연세대 행보가 실망스럽다”며 “당장 당사자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라”고 답신을 보냈다.

이경자 분회장은 “학교측이 2015년부터 새로 짓는 건물마다 청소노동자를 단시간 알바로 대체했는데 이제는 정년퇴임자 자리까지 나쁜 일자리로 만들고 있다”며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학교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 분회장은 학위수여식이 열리는 26일 삭발할 계획이다. 분회는 “학교측이 구조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개강 이후 투쟁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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