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엥글 제너럴 모터스(지엠)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5월 말까지 폐쇄하기로 한 한국지엠 군산공장 회생 가능성을 일축했다. 신차개발을 포함해 투자를 하더라도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만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 지원 있어야 한국 남겠다?

배리 엥글 부사장은 20일 오전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함께 국회를 방문해 여야 원내 지도부와 만나 한 시간가량 한국지엠과 관련한 본사 계획과 입장을 밝혔다. 배리 앵글 부사장은 애초 더불어민주당의 한국지엠 대책 TF와 만날 예정이었지만 야당에서도 한국지엠 사태에 관심을 보임에 따라 야당 원내지도부도 함께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같은 당 홍영표 TF 위원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한국지엠대책단을 이끌고 있는 지상욱 정책위의장과 김관영 의원, 민주평화당 GM 군산공장 폐쇄 특별대책위원회장을 맡은 정동영 의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간담회 뒤 내용을 브리핑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배리 엥글 부사장은 “지엠은 한국에 남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엥글 부사장은 “지난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 군산공장의 생산라인 수익이 없어 해결책을 모색하고 싶다”며 “신차투자가 완성된다면 한국의 자동차시장뿐 아니라 경제의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만개 일자리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냐”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난 엥글 부사장은 같은 질문에 “정부의 협력을 기대하고, 노조를 포함해 이해관계자들의 협조를 구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한국지엠의 적자 원인이 된 본사의 불공정한 경영방식 변화와 자구책 없이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군산공장 팔 의향 있다"

배리 엥글 부사장은 한국지엠에 투자를 하더라도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시장이 소형차에서 중대형차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신제품이 만들어진다면 부평과 창원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동영 의원이 “정부 지원을 받아서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부평과 창원공장만 투자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지자, 엥글 부사장은 “현재 한국지엠은 1년에 50만대를 밑돌게 생산하는데 50만대 생산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만 했다.

지금의 생산량을 유지하더라도 부평·창원공장만 가동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군산공장 폐쇄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회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정치권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정부 지원이 군산공장은 문닫게 하고 부평·창원공장만 살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민주평화당이 절대 동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산을 지역구로 둔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이 군산공장 매각 의사를 묻자 배리 엥글 부사장은 “수년간 20% 미만의 가동률을 보이고 일주일에 하루 조업하는 것으로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며 “인수 의향자가 있다면 적극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사 갑질행위에는 묵묵부답

한국지엠의 유상증자 참여 요구에 정부와 산업은행이 경영실사를 먼저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지엠측은 산업은행이 아닌 제3자에 의한 경영실사는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배리 엥글 부사장은 “3자 실사에 동의했으니 경영투명성 논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엠본사가 한국지엠에 부품을 비싸게 팔고 고금리 대출을 했다는 우원식 원내대표의 지적에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간담회에서 여야 지도부의 질문에 배리 엥글 부사장은 대부분 두루뭉술하게 대답했고, 자기들이 아픈 부분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