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동자들이 지주사 회장·낙하산 인사 퇴진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명절에도 이어 간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KEB하나은행지부와 사무금융노조 예탁결제원지부, 사무금융연맹 보험설계사노조 현대라이프생명지부가 설 연휴에도 야외 철야농성을 계속한다.

KB국민은행지부와 KEB하나은행지부는 지주사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해 10월11일 윤종규 회장 연임 저지를 위해 서울 여의도 본점 앞에 컨테이너 농성장을 설치했다. 윤 회장 연임이 이뤄진 뒤에는 퇴진투쟁으로 전환했다.

KEB하나은행지부는 김정태 회장 3연임에 반대하며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앞에 농성장을 차렸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될 김 회장 승인안건 부결을 목표로 설 연휴에도 농성을 멈추지 않는다.

KB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국민은행 노사는 임금·단체협상과 윤종규 회장 퇴진 문제를 두고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임단협 문제와 별개로 채용비리가 적발된 윤 회장이 퇴진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지부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채용비리와 최순실 국정농단 개입 혐의로 관계당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주주총회에서 선임안이 부결되도록 여론사업을 하고, 설사 주총에서 3연임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회장직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12월26일 산업은행 현직 직원을 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이사회 개최 당일 발의해 통과시켰다. 이에 반발해 지부는 올해 시무식에 불참했다. 지난달 3일부터 서울 여의도 예탁결제원 서울사옥 앞에서 낙하산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같은달 15일부터 출근저지 투쟁 중이다.

현대라이프생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특수고용 노동자 보험설계사들의 농성도 길어지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해 전국 영업점포를 모두 폐쇄하고 보험설계사 임금에 해당하는 영업수수료를 50% 삭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때 2천여명이던 설계사들은 150여명으로 급감했다.

회사는 최근 영업수수료 회복 계획을 밝혔지만 현대라이프생명지부는 "해촉자 복귀대책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동근 현대라이프생명지부장은 "회사는 영업인프라 복구 대책 없이 남아 있는 설계사 150명에게 적용되는 영업수수료만 회복하려 한다"며 "해고된 설계사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촉을 철회하고 폐쇄한 전국 70여개 지점을 되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부는 지난해 12월3일부터 서울 여의도 현대라이프생명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